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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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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남편을 기다리며 남편이 마시고 들어올 주량만큼의 소주병을 따는 여자.
그러나 그 속에는 비단 주량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에 대한 걱정, 남편에 대한 미움, 분노, 애증 그리고 자신에 대한 연민 등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반란처럼 반항처럼 유머러스하면서도 위트있게, 때로는 슬프면서도 냉소적으로 최승은 씨는 주부의 삶을 대변한다. 집에서 아이 키우고, 살림을 시작하면서 그녀가 얻은 이름은 '아줌마'. 그러나 이 '아줌마'라는 이름에는 '최승은'이 없었다. 다만 그 말속에는 '집 지키고, 살림하고, 아이 키우는 사람'만이 들어있을 뿐이었다.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여성'이라는 자각이 들면서였다고 한다. 나는 누구이며 진정한 행복은 또 무엇인가, 그리고 끝끝내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등등. 공허한 마음에 수없이 울려퍼지는 이 질문들이 그녀로 하여금 시를 쓰게 했다. 이 시집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주부가 되어서야 느낄 수 있었던 감정에서부터 아줌마의 정체성을 찾기까지 엄마, 아줌마, 아내, 여성의 이름으로 쓴 시들이다. 몹시 진부하고 초라하고 또 흔한 이름 '아줌마', 그 이름을 자신의 것으로 껴안기까지의 과정을 스스럼없이 담았다. 1. 지금 나는 술병을 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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