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연의 <삼국유사>의 내용을 따라 전국 각지의 역사적 현장들을 돌아보는 답사기이다. 삼국유사 연구자이자 시인인 지은이가 21세기의 눈으로 13세기의 <삼국유사>를 새로이 발견해가는 여행을 통해 역사서의 설화와 인물들을 만나본다.
백제에 불교를 전한 마라난타의 도래기 법성포를 시작으로, 원전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신라의 역사와 문화를 경주와 그 일대를 돌아보며 체험해 본다. 그리고 일연이 열네 살 나이로 스님이 된 진전사 터에서 <삼국유사>가 탄생하게 된 계기를 되짚어보기도 한다.
진표스님이 절벽 위에서 미륵신앙 수행법을 행했다는 불사의암을 변산반도 의상봉에서 확인하고, 김춘추가 무기를 감추었다는 무장사 터를 '무기를 감춘 들'이라는 뜻의 일본 지명 무사시노와 비교해 보는 등 새로운 장소를 찾아내기도 한다.
또한 시적인 감수성으로 역사의 현장에서 현재의 현실을 중첩하여 되돌아보고, 기행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산천과 유적을 아름답게 포착한 사진 100여점을 실었다. 각 장 끝에 '함께 가볼 만한 곳'에서는 본문에 다 소개하지 못한 장소와 풍경, 맛깔스런 음식과 편안한 숙소 등의 여행정보를 추가했다.
1966년 대전에서 태어나 연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였다. 재학시절부터 사진 동아리 '연영회'에서 활동하며 사람과 자연을 테마로 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주로 찍어 왔다. 1991년부터 고운기와 함께 <삼국유사>의 현장을 답사하면서 사진 작업을 했고, 현재 우리의 자연과 문화를 담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
고운기 (지은이)의 말
<삼국유사>를 벗한 지 이십 년, 여행길 동무 삼아 다시 읽었다. 일연 스님을 모셔 동행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그와 함께, 그가 했듯이, 이야기의 현장을 다시 가보며 뜻을 되새겨 보기로 했다. 그 길 위에서 짬짬이 13세기의 눈으로 21세기를, 21세기의 눈으로 13세기를, 아니 더 넘어 우리 고대사의 사람들을 그려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