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여행 작가 최갑수의 두 번째 여행 에세이집. 2000년에 낸 시집 서문에서 '나는 부랑자이거나 방랑자이어야 했다'라고 고백한 최갑수는, 그로부터 몇 년 후 정말로 세상 곳곳을 떠도는 여행자가 됐다. 지난해 펴낸 첫 번째 여행 에세이집이 주로 국내의 기록이라면, 이번 책은 여행 작가로 본격적인 명성을 쌓은 그가 머무르고 스친 낯선 이방의 기록이 주를 이룬다.
영국,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터키, 베트남, 태국,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라오스 등 10개국 23개 지역의 풍경과 사람 이야기가 한 편의 시 같은 사진과 글로 엮어졌다. 물론 그의 유전자가 언제나 그를 데려다 놓고야 마는 한국의 외로운 섬과 그 길에서 만난 꽃의 풍경도 곁들여졌다.
지구 곳곳을 흩날리듯 부유하는 이 여행자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살아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존재 가치가 있음을 자신의 사진과 글로 증언한다. 때문에 이 책은, 생존을 위해 낮은 포복으로, 팔꿈치로 기는 삶일지언정 여기 아닌 다른 생을 꿈꾸고야 마는 모든 산 것들에 대한 찬사이다.
최갑수 (지은이)의 말
길 위에서 나는 메모했다. 기차 안에서, 바람 아래에서, 모텔 베란다에서, 늦은 밤의 어두운 카페에서, 눈 내린 자작나무 숲에서, 수도원의 종소리 아래에서 나는 나의 내면을 엿볼 수 있었다. 그것은 내가 생활에서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날짜 변경선을 지나며 우리 인생의 덧없는 하루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사막에서는 결국 우리 모두는 각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풍경을 정신의 흔적이라고 한다면 이 책에 실린 짧은 교감의 기록도 풍경이라 불러도 무방하리라.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는 낯선 풍경이 당신에게 새의 발자국 같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여행지에서 띄우는, 여기 아닌 다른 생을 꿈꾸는 인간에 대한 찬사
―10개국 23개 지역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
시인이자 여행 작가 최갑수가 그의 두 번째 여행 에세이집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를 펴냈다. 2000년에 낸 시집 『단 한 번의 사랑』(문학동네) 서문에서 ‘나는 부랑자이거나 방랑자이어야 했다’라고 고백한 최갑수는, 그로부터 몇 년 후 정말로 세상 곳곳을 떠도는 여행자가 됐다. 지난해 펴낸 첫 번째 여행 에세이집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예담)이 주로 국내의 기록이라면, 이번 책은 여행 작가로 본격적인 명성을 쌓은 그가 머무르고 스친 낯선 이방의 기록이 주를 이룬다. 영국,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터키, 베트남, 태국,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라오스 등 10개국 23개 지역의 풍경과 사람 이야기가 한 편의 시 같은 사진과 글로 엮어졌다. 물론 그의 유전자가 언제나 그를 데려다 놓고야 마는 한국의 외로운 섬... 여행지에서 띄우는, 여기 아닌 다른 생을 꿈꾸는 인간에 대한 찬사
―10개국 23개 지역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
시인이자 여행 작가 최갑수가 그의 두 번째 여행 에세이집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를 펴냈다. 2000년에 낸 시집 『단 한 번의 사랑』(문학동네) 서문에서 ‘나는 부랑자이거나 방랑자이어야 했다’라고 고백한 최갑수는, 그로부터 몇 년 후 정말로 세상 곳곳을 떠도는 여행자가 됐다. 지난해 펴낸 첫 번째 여행 에세이집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예담)이 주로 국내의 기록이라면, 이번 책은 여행 작가로 본격적인 명성을 쌓은 그가 머무르고 스친 낯선 이방의 기록이 주를 이룬다. 영국,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터키, 베트남, 태국,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라오스 등 10개국 23개 지역의 풍경과 사람 이야기가 한 편의 시 같은 사진과 글로 엮어졌다. 물론 그의 유전자가 언제나 그를 데려다 놓고야 마는 한국의 외로운 섬과 그 길에서 만난 꽃의 풍경도 곁들여졌다.
지구 곳곳을 흩날리듯 부유하는 이 여행자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살아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존재 가치가 있음을 자신의 사진과 글로 증언한다. 때문에 이 책은, 생존을 위해 낮은 포복으로, 팔꿈치로 기는 삶일지언정 여기 아닌 다른 생을 꿈꾸고야 마는 모든 산 것들에 대한 찬사이다.
물기어린 시선으로 담아낸, 떠도는 모든 산 것들의 찬란한 생명력
최갑수 노정의 반경은 넓어졌지만, 그가 자신의 카메라에 담아내는 풍경의 채도와 그 풍경을 배경으로 서 있는 인간의 포즈는 일관된다. 하나같이 부스러질 것 같지만 미소를 품게 하고, 고독하지만 이 생을 살아내겠다는 결의에 차 있으며, 곧 휘발돼버릴 것 같기에 남루조차도 아름답다. 여행자로 살아갈수록 더욱 깊어지는 그의 카메라 렌즈는 살아 있는 것들의 이런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낸다. 이런 시선이 담긴 이 책을 두고 요리사이자 『와인 스캔들』의 저자 박찬일은 다음과 같은 글을 부쳐왔다.
“그가 약관에 문단을 들쑤셔 놓았던 절창을 기억하는 이라면, 그의 사진은 놀랄 일도 못 된다. 사진이 테크닉의 소산이 아니라는 걸 이처럼 극명하게 보여주는 솜씨도 없지 싶다. 그는 대상을 명징하게 집어 보여주지는 않는다. 흐벅진 그의 시구처럼 천천히 대상을 용해시켜 풀어낸다. (…) 이 책은 그 촉촉한 눈으로 본 세상이다. 사진과 글에도 습도가 있다면 아마 이걸 두고 하는 말일 테다.”
저자 최갑수의 그 촉촉한 눈은, 살아 있는 모든 존재들의 뿌리 깊은 비극성까지 섬세하게 훑어 내려가다가, 마침내 그 비극성이 꽃피우는 ‘동경’이라는 생존의 힘을 만난다. 때문에 최갑수의 카메라에 담긴 피사체는 마치 멜랑콜리라는 필터를 끼운 것처럼 아름답고 불안하지만, 각박한 생존사회의 한 중심에서는 잊고 지나치기 쉬운 사람의 아름다움과 생의 의지를 은밀하게 붙들어 환기시키고 있다.
여행지의 풍경을 넘어, 일상의 비경을 발견하게 해주는
우리 생에 바치는 위로
언제부턴가 여행지의 기록을 담은 책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그 책들의 빛과 결들이 너무도 다양하고 화려하여 그 행렬 속에서 마치 여행지에서처럼 길을 잃을 것도 같다. 그 속에서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는 제목 그대로 천천한 구름 그림자 아래를 그보다 더 천천한 속도로 걷는 여행법과 그 사유의 목소리를 담고 있기에 색다르게 빛난다. 책의 편집도 저자의 여행법처럼 천천하고 여유 있다.
첫 번째 장 <두려움과 떨림>은 익숙한 거주지로부터 여행이라는 탈출을 감행하기까지, 또한 낯선 곳에 자신을 툭 부려놓기까지의 심리적 풍경을 담아낸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장 <고독의 발견>은 여행의 노정에서 더욱 민감하게 발현되는 고독이라는 정서가 환기시키는 풍경과 서정을 담았다. 세 번째 장 <길 위의 삶>은 저자가 여행지에서 만나고 헤어졌던 현지인들과 다른 여행자들의 사연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네 번째 장 <비현실적인 현실>은 여행지에서 만나는 압도적인 자연 앞에서, 혹은 여행의 일상적 공간에서 맞닥뜨리는 비현실적인 현실의 장면을 포착하고 있다. 다섯 번째 장 <이토록 사소한 위로>는 삶과 여행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소해 보이지만 소금 같은 위안이 되는 대상을 끄집어내 펼쳐 놓는다.
이제 과거처럼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환경은 아니다. 정작 결여되어 있는 것은 문득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내 스스로의 자신감, 혹은 정말 꿈꾸던 여행을 관철시킬 수 있는 여행자의 흔들리지 않는 천천한 마음가짐이다.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는 매순간 생의 끝자락을 붙잡은 듯 불안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어깨를 툭 치며 단 며칠이라도 우리를 옭아맨 모든 것들로부터 탈출할 용기를 주는 책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좋다. 지금 당장엔 일상에서 한 치도 못 벗어날지언정 잠들기 전 하루 몇 쪽씩 그의 글과 사진을 읽어내려 가노라면, 우리는 바로 이곳에서도 이국의 먼 풍경과 종소리를 떠올릴 수 있으며, 숨 가쁜 계획에 치인 여행자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아가 어쩌면 매일같이 오고가는 골목 어느 구석에, 우리가 놓친 생의 비경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 내가 있는 이 낮고 부박한 거주지에 붙들려 살더라도 분명 인생과 저 우주를 자유롭게 여행하는 법이 있다는 것, 저자 최갑수가 진정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바로 그것인지도 모른다.
“길 위에서 나는 메모했다. 기차 안에서, 바람 아래에서, 모텔 베란다에서, 늦은 밤의 어두운 카페에서, 눈 내린 자작나무 숲에서, 수도원의 종소리 아래에서 나는 나의 내면을 엿볼 수 있었다. 그것은 내가 생활에서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날짜 변경선을 지나며 우리 인생의 덧없는 하루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사막에서는 결국 우리 모두는 각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풍경을 정신의 흔적이라고 한다면 이 책에 실린 짧은 교감의 기록도 풍경이라 불러도 무방하리라.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는 낯선 풍경이 당신에게 새의 발자국 같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