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로점] 서가 단면도
|
<깊은 슬픔>, <외딴방>, 그리고 1999년의 <기차는 7시에 떠나네>에 이어 발표한 신경숙의 4번째 장편소설. 이전의 단편 '배드민턴 치는 여자'를 모태로 한 이 작품은 '바이올렛'이라 비유될 수 있을 한 쓸쓸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경숙이 '오산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그녀는 세종문화회관 옆 화원에서 일하는 여자. 한 여름, 여자는 바이올렛 꽃을 찍으러 온 잡지기자의 다감한 말에 정신을 빼앗겨 느닷없는 정염에 휩싸인다. 그녀는 남자를 생각하며 남자의 회사가 바라다보이는 공터에 한 포기씩 바이올렛을 심는다. '바이올렛'은 그녀와 남자를 이어준 꽃이기도 하고, 수줍은 여자를 뜻하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 단어의 발음은 폭력, 즉 바이올런스를 연상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폭력의 이미지가 소설에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1. 미나리 군락지 : 신경숙의 소설에선 처음부터 독자를 휘어잡아야 한다거나 도중에서 독자를 놓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나 잔꾀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느릿느릿 사소하고 아름다운 것들, 때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한테까지 한눈을 팔며 소요(逍遙)하듯 따라가게 만든다.
짜임새 없이 마음가는 대로 쓴 것 같은데 읽고 나면 바로 그 점이 이 작가만의 구성의 묘였구나 싶어 못내 감탄을 하게 된다. 나에게 신경숙 문학의 매력은 식물이 주는 위안과도 같다. - 박완서(소설가) : 신경숙선생님의 소설을 읽다보면 언제나 주인공으로 연기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내게 잘맞는 대본을 써주신 듯한 느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