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1년 유물 발굴가 프로스페르 메리메는 프랑스 중부 한 성에서 군데군데 훼손된 '여인과 일각수' 태피스트리 연작을 발견한다. 1882년 프랑스 정부가 파리의 클뤼니 미술관에 소장하기 위해 이 태피스트리를 사들였고, 복원 후 특별히 지정된 방에 걸어두었다.
태피스트리의 정체를 캘 수 있는 열쇠는 파리의 귀족 장 르 비스트 가문의 문장(紋章)이었다. 태피스트리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옷과 직조 기술은 이 태피스트리의 탄생 시기를 15세기 말쯤으로 짐작케 한다. 그러나 르 비스트 가문의 누가, 언제, 왜 의뢰했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여인과 일각수' 전설을 모티브로 한 이 아름다운 태피스트리는 기교로 보아 브뤼셀 장인에 의해 만들어졌으리라 추측된다.
이미
<진주 귀고리 소녀>에서 독자들을 17세기 네덜란드로 초대했던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미술사와 풍속사에 대한 치밀한 탐구를 바탕으로 15세기 파리와 브뤼셀을 생생하고 관능적으로 재현한다.
태피스트리 밑그림을 주문받은 파리의 바람둥이 화가 니콜라 데 지노상을 중심으로 중세 여인들의 모습이 소설 속에 그려진다. 아들을 낳지 못해 남편으로부터 외면당하며 딸 클로드의 싱싱한 젊음을 질투하는 노부인 주느비에브 드 낭테르. 그녀는 남편의 뜻을 어기고 '여인과 일각수' 전설을 태피스트리의 주제로 삼는다.
꽉 짜인 귀족 생활을 거부하며 비밀스러운 사랑을 꿈꾸던 클로드에게 화가 니콜라의 등장은 참을 수 없는 일탈의 유혹이다. 또 태피스트리 장인 조르주의 아내 크리스틴은 여자들한테는 허용되지 않던 태피스트리 직조 작업에 참여하면서 강한 욕망을 보여준다. 크리스틴의 눈먼 딸 알리에노르는 이해관계에 따라 결혼해야 하는 운명을 거부하고 니콜라의 유혹에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니콜라는 그림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이들 네 여인의 내면에 숨은 욕망을 발견하고, 이것이 '여인과 일각수' 태피스트리의 예술적 영감의 근원이 된다. 태피스트리의 컬러 삽화가 실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