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입담으로 사랑을 받아 온 성석제의 <재미나는 인생>의 개정판. 길어야 원고지 10장을 넘지 않는 짧은 글들은 우리 인생의 희비극적 단면을 촌철살인의 언어로 폭로한다. 그 폭로가 동반하는 참을 수 없는 웃음 뒤에서 인생사의 지긋한 슬픔과 문득 만나게도 된다.
시적인 함축과 산문의 개방성, 고문(古文)의 유장한 호흡과 현대문의 발랄한 리듬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문장. 범속한 일상의 표면에서 생의 비밀을 들춰내는 섬세한 관찰력, 날렵한 비유, 의뭉스런 유머, 빠르고 정확한 달변의 화술은 성석제 소설의 매력을 십분 발휘한다.
1997년에 초판에 나온 <재미나는 인생>은 성석제 초기작에 속하지만 바로 그만큼 언어의 활력과 이야기의 즐거움은 싱싱하고 짜릿하다. 7년 만에 나오는 이번 개정판을 초판에서 8편을 덜어내고 19편을 새로 추가했다. 소설이 엄숙한 계몽의 형식이 아니라 자유로운 즐김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깨닫게 된다.
- 개정판을 내면서
번호 / 수영 / 귀신 잡는 방귀 / 몰두 / 재미나는 인생 1 - 거짓말에 관하여 / 오렌지 맛 오렌지 / 고수 / 자두가 붉은 뜻은 / 잡힌 사람 / 파이팅 / 장수 / 외로운 인간 / 완전주의자 / 암행 / '으이'를 위하여 / 붉은 장미 손수건 / 재미나는 인생 2 - 뇌물에 관하여 / 삼생의 연애 / 내가 사랑한 반말족 / 나 돈 없어서 이 짓 하는 거 아냐 / 그렇다 / 당신 몇 살이야 / 시간과의 연애 / 변기 / 휴가 / 감기 / 대식 / 소원 / 아르타디아의 게 / 재미나는 인생 3 - 폭력에 관하여 / 벽돌 / 개천의 용 / 고독 / 윗도리 / 세계화 / ○ / 재미나는 인생 4 - 운동에 관하여 / 술 깨는 약 / 황금향 / ▽의 △ 이야기 / 시인에게 온 편지 / 구두 / 성탄목 / 한마디 말씀의 마지막 의미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 죽음에 이르는 병 / TV 요리사 / 경지 / 제 머리 깎기 / 세상에서 가장 슬픈 눈사람 / 우렁각시에게 - 序.跋.後記.解題.異論을 대신하여
성석제 (지은이)의 말
처음부터 소설의 형식이라거나 생김새에 관해 가타부타 이야기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소설이 관용의 폭이 아주 넓은 장르라는 것,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그 안에서 어슬렁거릴 수 있었다는 것은 말해두고 싶다. 다시 생각해보면 문학이, 인생이 모두 그렇다. 무엇이든 내가 새로 시작하려 하면 그 무엇은 드넓은 품을 벌려 나를 받아들여주었다. <재미난 인생>의 초판은 관용의 산물이었다.
이 개정판에는 <재미나는 인생> 이후 출간된 <쏘가리>의 '이야기'를 보태고 지나치게 소설적 관용에 의존한 것처럼 보이는 것들은(물론 지금의 판단으로) 빼거나 줄였다. 언젠가는 나갔던 것들이 다시 들어올 수도 있겠고 또 지금 있는 것들 중에서도 나갈 게 있을지도 모른다. 또 내가 잘 모르거나 빠뜨린 그 무엇이 들어오고 싶어한다면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 소설에 확고한 건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소설 밖에서 확고한 걸 찾으라면 삼라만상과 그 얼과 틀은 항상 바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