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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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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드는집 시인선 209권. 박진형 시조집. 독일의 극작가인 브레히트가 고안한 연극 수법으로, 일상생활에서 익숙한 사물이나 현상에 대하여 선입관을 배제하고 그것을 습관적 인식과는 다른 '무엇'으로 드러내는 '이화효과'가 박진형의 여러 작품에 드러난다. 지각의 쇄신을 꾀하는 예술적 수단으로 현상의 본질을 인식해 내는 한 글자 제목은 상황의 변혁을 촉진하면서도 정형의 틀 안에서 현실을 아우르는 힘이 있다.
"세상은 당신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 「헐歇」과 "뒤숭숭한 울화통을 온몸 가득 채운" 「통桶」과 "허물어진 뿔 뒤에 월계관이 기다"리는 「녹」을 건너 "쪽빛으로 변한 바다는 가을이 다가올 징후"라고 읽어낸 시인 박진형의 「늧」을 가늠해 본다. 그의 <국제신문> 등단작 「페디큐어」는 슬픔과 상처에 닿아있지만 감상의 뿌리를 거느리지 않는 생생한 발화가 돋보인다. 체험의 구체성을 받쳐주는 사유의 도약과 이미지를 조형해 내는 솜씨가 미더운데, 울지 않기 위해 발끝부터 타오르는 "바닥꽃"의 울림이 그것이다. 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가공된 정서가 아니라 진정성임을 이 시집은 보여준다. '웃뜨르', '비그이', '쥐코밥상'처럼 토속어를 잘 앉혀낸 것도 늡늡한 그의 장점이다. 수월하게 전개되면서도 삶의 의미를 심화해 낸 「모과를 읽는 시간」 「익지 않은 설움이 봄 그늘 아래 빛날 때」 「필사적 낙화」 「추잉 껌에 관한 보고서」 「손잡이 평전」을 비롯한 전반적인 시편들이 참신한 정서적 환기와 내면 탐구력을 보여준다. 이는 현대시조가 지향해야 할 양면성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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