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년간 가족과 국가, 종교와 예술을 통해 한국인의 일상과 무의식을 지배해 온 근대성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가를 여섯 편의 한국영화로 살피고 과거부터 현재, 미래까지를 아우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질문한다. [밀양]에서는 가족과 신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등 영화를 통해 시대의 증상을 이야기한다.
영화 [괴물]을 볼 때는 “문명국가가 될수록 사람들은 평생에 걸쳐 더욱 체계적으로 노예화되어 간다”는 이반 일리히의 주장과 나란히 놓고, 위생권력이 대중을 길들이는 교묘한 방법을 비판한다. 괴물이 엄청나게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것 같은 특단의 조치인 ‘에이전트 옐로우’ 말고, 고작 불화살에 의해 죽는 것은 결국 권력의 외부에 있는 야생성에 의해서만 타도될 수 있다는 위생권력에 대한 조롱이다.
[라디오스타]에서는 우리 안의 ‘디아스포라’를 본다. 자본주의 공리계에서 저만치 떨어져 있는 계급 바깥의 존재들, 비-계급, 이주민, 외부자들로 가득한 이 영화는, 누구도 주인공이 아니지만,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삶 혹은 축제로서의 ‘코뮤니티’를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