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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경성대.부경대역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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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출신의 정치철학자인 대니얼 A. 벨이 2015년 미국 프린스턴대학 출판부에서 출간해 당시 학계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문제작이다. 흔히 우리는 정치의 세계를 ‘좋은’ 민주주의 사회와 ‘나쁜’ 권위주의 사회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는데, 중국의 정치 모델은 그중 어느 한쪽에 꼭 들어맞지 않는다.
지난 30년간 중국에서는 ‘현능주의(賢能主義, meritocracy)’라고 표현할 만한 하나의 정치체제가 형성되어 왔는데, 이 책은 이 특이한 정치체제의 이념과 실제를 담고 있다. 즉 품성[賢]과 능력[能]이 뛰어난 지도자의 선발을 선거에만 맡기지 않는 현능주의 정치체제를 다룬 책이다(‘meritocracy’는 흔히 ‘능력주의’ 혹은 ‘실력주의’로 번역되지만, 거기에는 ‘품성’의 뜻이 빠져 있기에 저자는 ‘현능주의’라는 용어로 번역할 것을 제안한다). 중국 정치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화자가 중국인이 아니라서 우리가 읽기에 편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태어나 자라난 사람이어서 민주주의에 관한 여러 가지 ‘상식’에 찌들어 있는 독자들을 배려할 줄 알기 때문이다. 문명사의 거시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역사학자 김기협의 유려한 번역도 이 책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한몫한다. 또한 미국(또는 서구)의 민주주의와 중국(과 싱가포르)의 현능주의를 풍부한 사례를 통해 비교 분석하면서, 공자와 플라톤부터 주희, 존 스튜어트 밀을 거쳐 쑨원과 존 롤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사상의 맥락까지 함께 아우르고 있어 우리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생각하도록 이끈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7년 6월 29일자 - 중앙일보 2017년 7월 1일자 '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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