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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통해 단편 「떠오르는 섬」으로 등단. 1999년 『아름다운 여름』으로 제23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고은주의 두 번째 소설집으로 해피엔드의 다음 이야기를 써나간다. 우여곡절 끝에 이룬 사랑은 어떻게 되는가? 그 이후의 이야기, 즉 시간의 흐름이 영원하다고 믿고 싶은 것을 어떻게 변질시켜 나가는지를 추적한다.

차례

작가의 말 4
시나몬 스틱 11
마스카라 41
이식 78
카메라 루시다 112
불현듯이 148
표류하는 섬 186
너의 거짓말 210

해설 : 낭만적 사회와 그 적들 / 김나정 238

첫문장
쪽지가 도착한 것은 시나몬 스틱을 휘젓고 있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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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레 신문 2018년 9월 14일 문학 새책

시나몬 스틱
여자는 향기가 날아간 시나몬 스틱으로 커피를 저어댄다. 하지만 여전히 계피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시나몬 스틱은 제 쓰임새를 잃었지만 여자는 애초에 의도했던 일이였다는 듯 가장한다. 여자는 남편의 간통사실을 알리는 쪽지를 받는다. 자신의 여자 친구를 뺏겼다는 남자는 집요하게 메일을 보내 부부관계의 본질을 묻는다. 남편은 아내에게 외도 현장을 맨눈으로 확인하라고 종용한다. 여자는 방문만 노려보다가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여자는 다른 남자의 방에서 자신이 머물렀던 매우 좁고 열악했던 과거의 ‘자취방’을 떠올린다. “쿨한 척 남편의 외도를 눈감아주고 있지만, 사실은 내가 무엇 때문에 모든 것을 참고 있는지 그 시절의 기억을 알고 있다. 가난하고 불안한 삶에서 달아나기 위해, 다시 그 궁핍과 초조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여자는 결혼을 택한다.

마스카라
아내는 비염으로 환절기면 후각을 잃는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찾아든 권태감도 아내에게는 전혀 접근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아내는 왜 나를 떠난 것일까? 남편은 텔레비전에 나온 사과와 양파의 냄새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고 코웃음을 친다. 아내는 정색한다. “저게 우스워 보여? 그럼 나도 우습게 보이겠네? 냄새 못 맡는 괴로움을 당신이 알기나 해?” 체취는 한 사람의 정체성을 이르며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특징 중 하나다. 후각을 잃을 때면 아내는 남편이 ‘사물’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후각상실은 자신을 잃어버리고 타인과 제대로 관계 맺는 것도 방해한다. 「마스카라」의 아내는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이 단순히 불편한 것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아내가 떠난 자리에 등장한 여자는 자신의 본모습을 가리는 화장의 묘미에 대해 말한다. “마스카라는 스페인어로 가면이라는 뜻이 있대. 마스크하고 발음이 비슷하지? 그래서 변장이라는 뜻도 있고.”

이식
여자는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주기적으로 난자를 병원에 판다. 남편은 타인의 간을 이식받았다. 신체의 거부 반응을 막고, 면역력을 키워 남의 간을 제 몸 안에 받아들이려 한다. 이런 이식의 과정은 남으로 만나 서로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결혼생활의 비유로 적절하다. 여자의 난자 채취도 삶을 위해 내주어야 하는 자신의 일부를 나타낸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견디며 여자가 이뤄낸 삶은 뭘까?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는 기껏 키워준 면역력을 나에게 발휘하며 저항한다. 내가 무슨 적이라도 되는 듯, 자기 몸을 공격하는 세균이라도 되는 듯…….

카메라 루시다
사진을 매개로 한 여자의 삶을 거슬러 올라간다. 딸은 남편의 폭력이 지나간 흔적을 아름다운 예술사진으로 가린다. 딸은 어머니의 삶을 대물림한 셈이다. 삶의 갈피갈피에 꽂힌 사진을 통해 여자는 자신의 과거를 복원해낸다. 4·3 사건으로 아버지가 억울하게 숨진 뒤로 여자는 이제 더 이상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삶에 대한 기대치...

수상 :1999년 오늘의작가상
최근작 :<나는 이육사다>,<내 이름은 264 : 이육사 시인이 들려주는 독립운동 이야기>,<[큰글자책] 그 남자 264 > … 총 29종 (모두보기)
소개 :1967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은주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습니다. 1995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후 『그 남자 264』, 『칵테일 슈가』, 『아름다운 여름』 등 10권의 소설책과 어린이 소설 『너는 열두 살』을 펴냈습니다. '오늘의 작가상'(1999), '이상문학상' 우수상(2004), '노근리평화상' 문학상(2019) 등을 수상했습니다.

고은주 (지은이)의 말
고은주의 소설은 그 환상의 민낯을 보고자 한다. 고은주는 부부관계를 표본으로 생의 방식을 탐구한다. 어떻게 사람답게 살고, 어떻게 나답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타인과 관계 맺을 것인가. 외면은 자기기만을 낳고, 감각의 마비는 생生의 생생함마저 앗아간다. 작가는 메스를 들고 겉으로 드러난 것의 ‘속’을 발라내고 가면을 벗긴다. 화장을 지우고 민낯을 보게 한다. 마비된 감각을 깨우기 위해 악취를 맡게 하고, 어둠 속에서 끄집어내 고통스러운 장면과 대면시킨다. 다시 살려면 살기 위해 버렸던 것들은 되살려야 한다. 과거든 감각이든 자신이든. 어두운 산도를 통과하는 고통을 다시 겪더라도. 고은주의 소설은 우리에게 달아나지 말고, 무뎌지지 말고, 기만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인간의 욕망을 변질시키는 결혼 제도에 대해 역설적인 질문을 던졌던 나의 첫 소설집 『칵테일 슈가』의 주제는 그래서 이번 두 번째 소설집 『시나몬 스틱』에서도 유효하다. 표리부동한 삶을 받아들여야만 어른 대접을 받는 우리 사회에 대한 씁쓸한 연민 또한 여전하다. 이번 소설집을 통해 ‘부부’라는 가깝고도 먼 관계에 한층 더 깊이 천착해 들어가면서 내가 거듭 마주친 것은 인간에 대한 슬픔이었다.

문이당   
최근작 :<광주는 현재다>,<앵두네 집>,<태안선>등 총 209종
대표분야 :한국시 33위 (브랜드 지수 14,831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