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길언 (소설가) : 이민 문학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박경숙이 하와이 초기 이민사를 다룬 『바람의 노래』를 출간했다. 오래전부터 미주 이민사를 소설로 정리해 보고 싶은 작가의 소망이 이제 그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가난한 나라의 백성으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꿈을 안고 하와이 이민을 결정한 그들의 고통스러운 삶의 역사를,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구한말 우리 민족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려는 그들의 열정을 통해, 한민족의 살아 있는 역사와 인간 생명력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소설 쓰기를 필생의 작업으로 생각하고 정진하는 작가의 문학에 대한 진정성과 치열성을 만날 수 있으며, 그것이 우리의 경박해지는 삶을 회복해 줄 수 있는 명약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방현석 (소설가, 중앙대 교수) : 장편소설 『바람의 노래』는 파란의 역사를 살아 낸 사람들의 희망과 좌절, 사랑과 상실을 포착하는 경계인의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갑신정변과 3·1 운동,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차례로 희생당하는 이갑진 3대의 비극적 운명을 한 축으로 하고, 천한 신분에도 양반집의 예법을 익히며 성장한 김수향과 몸종 월례의 엇갈린 삶을 다른 한 축으로 전개되는 유장한 서사에는 슬픔이 주는 특별한 힘이 응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