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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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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태어나 7살 때 벨기에로 입양된 마르크 함싱크의 장편소설. 소설의 배경은 영조 시대로, 군주와 왕조 그리고 신념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 역사로부터 외면당하고 그 뒤쪽으로 숨겨져야 했던 이야기를 추적해 나간다. 사도세자를 둘러싼 거대한 음모와 권력 투쟁, 그리고 왕실을 지키려는 충신들의 사투를 그린다.
소설은 실록청의 한 사관이 사라진 기록의 공백을 거짓 사실로 꾸며 채워 넣으라는 명령에 불만을 갖고 영조 때의 사초를 찾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공백 부분에 무엇이 감추어졌기에 후대에 전해져서는 안 되는 것일까? 소설은 조선시대 삼정승의 잇따른 자살이라는 팩트와 사도세자의 비극적 죽음이라는 드라마적 요소가 창조적인 작가를 만나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 오랜만에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소설을 읽었다. 소설에 사로잡혀서 토끼잠을 자다가 일어나 누운 채 읽고 다시 토끼잠을 자다가 또 다시 읽었다. 어찌 이리도 재미있을까. 어쩌면 이렇게 혼신을 다 해 취재하고 소설에 몰입했을까. 그뿐 아니라 작가는 내게 '소설'에 대해 새삼스런 질문을 하게 했다. 문학이라는 제도적 글쓰기에 길들여지지 않은 작가는 순식간에 나를 닳아빠진 소설가로 낙인찍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소설가는 때로 운명 같은 소재를 만난다. 벨기에 이름, 마르크 함싱크는 일곱 살에 벨기에로 입양되었다. 나는 바로 이와 같은 작가의 운명이 250년 전, 이 땅에서 왕이던 아버지로부터 죽임을 당한 아들의 이야기를 만나게 했다고 감히 생각한다. 소설가에게도 운명 같은, 피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으니, <충신>이 바로 그런 소설이 아니겠는가. 한국말을 할 줄 모르는! 작가에게 한국말로 '경이롭다!'고, 어머니의 마음으로 인사를 하련다. : 조선의 정승들이 자살했다. 이 전대미문의 사건은 사도세자와 무관하지 않았다. 세자 역시 살아남지 못했다. 결국 아비가 아들을 죽였다. 권력자들은 내막을 철저히 은폐했다. 권력이란 그런 것이다. 이 드라마틱한 죽음들이 18세기의 고문서 <진암집>을 통해 벨기에 인 작가의 눈에 포착되었다. 250년 전 조선 정치사 최대의 비극적인 미스터리가 머나먼 바다를 건너가 실로 흥미진진한 역사소설이 되었다. 사람을 죽이는 정치는 잘못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 <충신>은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소설이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재외동포의 소설이, 이토록 한국적일 수가 있는가.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조선일보 Books 북Zine 2009년 11월 21일자 - 한겨레 신문 2009년 11월 27일 문학 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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