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고은주의 첫 소설집이 출간됐다. '칵테일 슈가' 외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간명한 문장으로 인물의 일상과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평을 받는 작가는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진지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작품에 임한다.
이 책은 결혼의 의미에 대해 때로 심각하고 또 능청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표제작 '칵테일 슈가'는 도미노처럼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불륜의 현장이 달콤하고 편리하지만 덧없이 녹아 버리는 칵테일 슈가에 비유된다. 몸은 섞지만 결코 서로에게 녹아들지 않는-피상적이고 이기적인 남녀 관계의 궤적. 파격적일 수 있는 소재를 흥분하지 않고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작가의 솜씨가 눈에 띈다.
작가의 말
칵테일 슈가
저기 내가 걸어간다
조각무늬 그림
잠들고 싶다
너의 목소리
떠오르는 섬
유리
너, 유리
고은주 (지은이)의 말
보름달이 환하게 뜰 무렵에는 게가 달빛에 비친 제 그림자에 놀라 살이 빠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영덕 대게는 음력 그믐 때 잡힌 것을 최고로 친다고 합니다. 첫 소설집을 엮어 내면서 나는 지금 보름달 아래에 선 느낌입니다. 이제 달빛은 여러 각도에서 빛나며 수많은 그림자로 나를 놀라게 하겠지요. 어둠 속에서 게으르게 몸집을 불려 가던 지난 시절이 그리워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밥상에서 환영받기보다 오래도록 자유롭게 유영하기를 원한다면 스스로의 그림자에 놀라는 일쯤은 마땅히 받아들여야겠지요. 기꺼이 부대끼며 좀 더 날렵해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