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책』(戰國策)이 종횡가들의 실무기록(實務記錄)이라면 『귀곡자』는 유세 이론과 경험을 집대성하고 체계화한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귀곡자』의 내용은 종횡지술(縱橫之術)을 터득해 활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는데, ‘종횡’이란 처한 상황을 분별해서 심리를 파악하고, 우호적인 말을 하여 서로 간의 뜻을 소통시키는 것이다.
『귀곡자』에는 상대의 심리에 맞추어 그의 신임을 얻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고, 기회를 틈타 상대의 약점을 장악해서 그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붙잡아둬야 한다는 내용도 있으며, 상대를 잘 위무(慰撫)해 그의 진심을 끌어내 확인함으로써 상황을 추측하고 파악해서 책략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요컨대 『귀곡자』는 유세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들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론화한 중국 최초의 심리학 전문 서적이라 말할 수 있다.
최근작 :<[큰글자도서] 난세의 인문학> ,<고전으로 분석한 춘추전국의 제자백가 - 하> ,<고전으로 분석한 춘추전국의 제자백가 - 상> … 총 266종 (모두보기) 소개 :고전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의 길을 찾는 고전 연구가이자 평론가다. 100여 권에 달하는 그의 책은 출간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많은 독자에게 고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2019년 4월 25일 64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저서 및 역서
『삼국지 통치학』, 『조엽의 오월춘추』, 『전국책』, 『조조통치론』, 『중국 문명의 기원』, 『공자의 군자학』, 『맹자론』, 『순자론』, 『노자론』, 『주역론』, 『대학.중용론』, 『인식과 재인식을 넘어서』, 『열자론』, 『후흑학』, 『인물로 읽는 중국 현대사』,... 고전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의 길을 찾는 고전 연구가이자 평론가다. 100여 권에 달하는 그의 책은 출간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많은 독자에게 고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2019년 4월 25일 64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저서 및 역서
『삼국지 통치학』, 『조엽의 오월춘추』, 『전국책』, 『조조통치론』, 『중국 문명의 기원』, 『공자의 군자학』, 『맹자론』, 『순자론』, 『노자론』, 『주역론』, 『대학.중용론』, 『인식과 재인식을 넘어서』, 『열자론』, 『후흑학』, 『인물로 읽는 중국 현대사』, 『장자』, 『한비자』, 『조조의 병법경영』, 『귀곡자』, 『상군서』, 『채근담』, 『명심보감』, 『G2시대 리더십으로 본 조선왕 성적표』, 『욱리자』, 『왜 지금 한비자인가』, 『묵자』, 『고전으로 분석한 춘추전국의 제자백가』, 『마키아벨리 군주론』,『유몽영』, 『동양고전 잠언 500선』, 『관자 경제학』, 『동서 인문학의 뿌리를 찾아서』, 『서경』, 『제갈량 문집』, 『국어』, 『춘추좌전』, 『인물로 읽는 중국 근대사』, 『풍몽룡의 동주열국지』, 『십팔사략』, 『사서로 읽는 항우와 유방』, 『시경』 수정증보판, 『관자』, 『당시삼백수』 수정증보판 등이 있다.
주요 내용
『귀곡자』는 어떤 책인가?
『전국책』(戰國策)이 종횡가들의 실무기록(實務記錄)이라면 『귀곡자』는 유세 이론과 경험을 집대성하고 체계화한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귀곡자』의 내용은 종횡지술(縱橫之術)을 터득해 활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는데, ‘종횡’이란 처한 상황을 분별해서 심리를 파악하고, 우호적인 말을 하여 서로 간의 뜻을 소통시키는 것이다. 『귀곡자』에는 상대의 심리에 맞추어 그의 신임을 얻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고, 기회를 틈타 상대의 약점을 장악해서 그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붙잡아둬야 한다는 내용도 있으며, 상대를 잘 위무(慰撫)해 그의 진심을 끌어내 확인함으로써 상황을 추측하고 파악해서 책략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요컨대 『귀곡자』는 유세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들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론화한 중국 최초의 심리학 전문 서적이라 말할 수 있다.
『귀곡자』는 종횡가의 관점에서 서술되었으나 무위(無爲)와 도(道)를 내세우는 도가사상과 임기응변ㆍ지피지기(知彼知己)ㆍ지모(智謀)의 운용 등을 중시하는 병가(兵家)의 주장, 그 밖의 음양가(陰陽家)ㆍ유가(儒家)ㆍ불가(佛家) 등 여러 사상들을 두루 취했다.
왜 『귀곡자』를 읽어야 하는가?
국가총력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21세기의 경제전쟁 시기에는 안방과 문밖의 경계가 사라진 까닭에 말 그대로 천하의 인재를 그러모아야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 우리말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속담이 있다. 국적을 가리는 것은 곧 패망을 자초하는 길이다. 오히려 국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천하를 종횡으로 누비는 특급인재를 더 많이 그러모아야 한다. 요체는 특별대우를 통해 그들이 떠나지 않도록 붙잡아 두는데 있다.
『귀곡자』에 나오는 종횡술은 단순히 책사들의 책략과 유세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다. 본경 외편인 [부언]에서 군주의 제신술을 그대로 인용해 놓은 게 그 증거다. [부언]은 후대의 종횡가가 덧붙여 놓은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군주와 기업 CEO일지라도 천하를 다스리고 평정하는 일을 홀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반드시 뛰어난 책사가 곁에 있어야만 한다. 후대의 종횡가가 [부언]을 덧붙인 배경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책략의 구체적인 표현인 정치적인 정략과 군사적인 전략, 국제정치의 외교책략, 기업경영의 상략 등이 청와대 참모진과 국방스태프, 외교관, 비즈니스맨 등의 전유물일 수만은 없다. 오히려 최고통치권자와 기업CEO등이 이를 숙지해야만 휘하 장상을 제대로 부릴 수 있다. 『귀곡자』를 단순히 책사들을 위한 텍스트로만 해석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귀곡자와 후흑학
『귀곡자』에는 『후흑학』을 방불케 하는 뛰어난 책략이 가득 담겨 있다.
“『후흑학』이 말 그대로 두꺼운 얼굴과 시커먼 마음으로 천하를 움켜쥐는 비술을 논한 후흑학이라면, 『귀곡자』는 은밀한 계책을 들고 천하를 종횡으로 누비며 유세하는 비술을 논한 음모학이다!”
음모는 흔히 은밀히 흉악한 일을 꾸미는 잔꾀의 의미로 통용되고 있으나 『귀곡자』가 말하는 ‘음모’는 그런 뜻이 아니다. 처자식과 직장 상사와 부하 등 주변 사람들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말할 것도 없이 여기에는 국가대사와 같이 큰일도 포함된다. 최고통치권자가 ‘음모’의 대가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귀곡자』가 [마의]에서 오직 성인만이 음모를 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게 그렇다.
그런 점에서 『후흑학』은 법가, 『귀곡자』는 종횡가, 『손자병법』은 병가의 관점에서 바라본 난세지략에 해당한다. 이들 책의 공통점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초점을 치세가 아닌 난세에 맞추고 있다. 『맹자』를 위시한 유가 경전이 치세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21세기 경제전쟁 시대에는 난세에 초점을 맞춘 제자백가서가 훨씬 유용한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둘째, 강력한 무력과 궤계를 토대로 한 패도를 주문한 점이다. 이는 난세에 초점을 맞춘 까닭에 당연한 주문이기도 하다. 유가 경전이 인의도덕에 기초한 왕도를 역설한 것과 대비된다. 셋째, 최종 목표를 노자가 역설한 무위지치無爲之治에서 찾고 있는 점이다. 무위지치의 가장 큰 특징은 통치의 기본 범주를 한 나라가 아닌 천하로 잡은데 있다. 『도덕경』이 나라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인위적인 도덕규범과 법제의 폐기를 역설한 이유다.
주목할 점은 법가와 종횡가 및 병가 모두 왕도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패도를 추종하면서도 궁극적인 목표만큼은 왕도보다 훨씬 수준이 높은 노자사상의 제도를 추구하고 있는 점이다. 얼핏 모순처럼 보이지만 난세에는 이게 정답이다. 목표만큼은 천하통일처럼 높게 잡아야 하나, 그 출발만큼은 어디까지나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안방과 문밖의 구별이 사라진 21세기 경제전쟁 시대의 경제경영 이치와 맞아 떨어진다.
『귀곡자』가 주는 교훈
실제로 애플제국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어렸을 때부터 ‘우주를 놀라게 하자’는 거창한 목표를 세운 덕분에 이후 온갖 좌절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애플제국을 세울 수 있었다. 제2의 잡스 출현의 관건도 목표는 평천하 차원의 세계시장 석권에 두고, 추진 과정만큼은 치국 차원의 사업보국: 에 두는데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하나로 녹인 21세기의 ‘스마트시대’는 외견상 부드럽기는 하나 그 이면을 보면 살벌하기 짝이 없다. 과거와 달리 최신예 무기 대신 세계 최고 수준의 신제품을 전면에 내세운 것만이 다를 뿐이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까닭에 잠시라도 방심했다가는 해당 기업은 물론 나라마저 휘청거리게 된다. 노키아가 패퇴하면서 핀란드 경제가 휘청거리고,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의 글로벌 전자업체가 삼성과 LG 등에게 밀리면서 일본이 사상 초유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게 그렇다. 우리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이웃 중국이 기술면에서 턱밑까지 쫓아왔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21세기에 들어와 중국의 고위 간부와 기업CEO들이 ‘책략의 바이블’로 일컬어지는 『후흑학』과 『손자병법』 및 『귀곡자』를 탐독하고 있는 점이다. 법가와 병가 및 종횡가의 난세지략을 남김없이 구사해 천하를 평정하려는 속셈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특파원들의 보고에 따르면 중국의 ‘책략학습’은 거의 광적이다. 메이지유신 당시 일본 지사들을 방불하고 있다. 폭발적인 경제성장 덕분에 이제는 중국이 일본을 대신해 ‘책략학습’의 본거지로 변신하고 있다. 북경의 왕푸징 서점가의 책방 문 앞 특설 판매대를 가득 채운 게 바로 『후흑학』과 『귀곡자』 등의 난세지략 관련서다. 그 종류와 수가 일일이 거론키도 어려울 정도로 매우 많다. 한무제의 독존유술 선언 이래 20세기 초까지 2천여 년 동안 오직 유가경전만 읽던 중국인들에게 혁명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는 증거다.
『귀곡자』는 [췌정]에서 ‘국력과 권력관계 파악이 주밀하지 못하면 열국 가운데 누가 강대하고, 누가 약소한지 여부를 제대로 알 길이 없다’고 역설했다. 칼을 들고 오는 도적은 칼로 물리쳐야 한다. 부국강병이 중요한 이유다. 난세는 난세의 책략으로 대응하는 게 정답이다. 위정자를 위시한 기업CEO들이 살벌한 경제전쟁에서 최후의 승리를 거두는데 도움이 되고자 『귀곡자』 완역본을 국내 최초로 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