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로수길점] 서가 단면도
|
사쿠라기 시노 연작 소설집. 특별히 동성 친구의 행복이나 불행은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함께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한편으로 자신과 비교하게 되고, 괜히 참견하거나 쓴소리 한 마디라도 보태고 싶어진다. 무언가 하나라도 자신이 더 낫게 느껴지는 점을 찾아내어 스스로 혹은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든다. 이런 직시하고 싶지 않은 내면 깊숙한 감정을 사쿠라기 시노는 절묘하게 그려냈다.
온다 리쿠, 미나토 가나에, 하라다 마하, 이토 준, 미야우치 유스케라는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심사위원들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서 <호텔 로열>로 제149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 사쿠라기 시노의 또 다른 걸작 <굽이치는 달>(2013)이 양윤옥의 번역으로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2001년 등단한 이래로 열다섯 권의 단행본을 선보이며 침체된 일본 문학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그녀는 여러 가지 면에서 흥미로운 작가이다. 우선 이야기꾼으로서의 탁월한 재능과 선명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진작부터 평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뿐만 아니라 혹한과 폭설의 땅 홋카이도 출신으로 모든 작품이 척박한 홋카이도를 무대로 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집인 러브호텔에 드나드는 다양한 인간을 마주해왔고, 스스로가 홋카이도에 붙박은 채 견디기 힘든 환경에서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지켜봐왔기에 그녀가 알고 있는 삶을 그리다 보면 저절로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절실한 사연을 가졌거나 곤궁한 인물들이 빚어져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극단적으로 불행한 사람을 묘사하면서도 결코 부정적이지 않은 무언가를 포착해내는 사쿠라기 시노만의 특징이 잘 나타난 인물이 <굽이치는 달>의 스가 준코이다. 1984 기요미 : 알게 모르게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주면서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당신, 상처를 준 스스로를 좀처럼 용서할 수 없는 당신, 수년 수십 년이 흘러도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어서 고통스러운 당신. 그러나 실은 누구보다 상처투성이인 당신을 위한 소설이 제 손에 들려 있습니다. ‘조용히, 그리고 평온하게 자신이 용서받았다’는 것을 일깨워줄 소설을 당신의 책상 위에 두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