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로칸다 몽로 셰프, 푸드 칼럼니스트) : 이 책의 가장 놀라운 미덕은 우리 식탁에 오른 한 그릇의 파스타에서 문명 교류사의 거대한 흐름을 복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에서 전해진 것으로 보이는 파스타의 할아버지, 그리고 로마 시대의 파스타, 게르만족의 침입으로 인해 바뀐 파스타 문화와 이후 아랍인이 전해 준, 현대적인 파스타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건조 파스타의 역사까지 훑어간다. 평범한 파스타 한 그릇 안에서 역사가 종횡으로 움직이고 전쟁과 수탈 같은 피비린내 나는 싸움도 그 안에 담겨 있다는 또렷한 역사 인식은 이 책의 가장 멋진 장점이라고 하겠다.
시중에 이탈리아 요리와 파스타를 다룬 책은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이 책처럼 완벽하게 파스타의 시작과 끝을 다룬 책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