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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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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에..." 라는 서두 이후 이어갈 말이 없어 고민스러운 엄마와 마냥 엄마의 입만을 쳐다보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고대하는 아이가 반길만한 책. '김용택 선생님이 들려주는 옛이야기' 세번째 책이다. <호랑이 뱃속에서 고래 잡기>, <장승이 너무 추워 덜덜덜>에서 보여주었던 구수한 입담이 여전하다.
표제작 '도깨비가 밤마다 끙끙끙'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이야기이면서도,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그 다음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쏭달쏭해지는 우리 옛 이야기이다.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는 분이네 집에, 이야기를 좋아하는 도깨비가 찾아온다. 도깨비가 찾아오면 영락없이 몸이 아픈 분이는 도깨비가 찾아오지 못하게 할 꾀를 낸다. 대문에 도깨비가 싫어하는 말 머리를 걸어놓고, 담장에는 말의 피를 뿌려 놓은 것이다. 화가 난 도깨비는 분이가 싫어한다는 돈을 마당 한 가득 뿌리고, 분이는 즐거워하며 그 돈으로 논을 산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며칠 뒤 분이네 집에 가 본 도깨비가 자기가 속았다는 것을 알고 복수를 결심하는 것이다. 도깨비는 분이네 논에 자갈을 한바탕 뿌려놓는다. 여기에 질세라 분이는 다시 꾀를 내고, 결국 분이의 꾀에 속은 도깨비는 밤마다 끙끙거리며 힘을 쓰게 된다. 제목부터 웃음이 나는 '이놈의 소 맹자를 가르칠까 보다'에는 매일 한가롭게 책만 읽는 것처럼 보이는 주인과 다 떨어진 옷을 걸치고 비지땀을 흘리며 일만 하는 하인 개똥이가 등장한다. 개똥이의 마음을 헤아린 주인은 하루동안 서로 역할을 바꾸자고 제안하고, 둘은 서로의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여섯 가지의 옛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은이의 말투가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한다. 이야기의 끝에서 '너는 누구의 자손인 것 같니?', '시골에 가거든 꼭 한번 귀기울여 들어 봐.'하고 한마디씩 건네는 말이 할아버지가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듯한 착각까지 불러 일으키는 정다운 옛이야기 책이다. 1. 콩엿 하나, 누가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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