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화의 특성을 다차원적으로 조명하는 철학 에세이. 저자는 물과 뭍을 넘나드는 양서류와도 같이 고급 문화나 대중 문화를 넘나들며 자신의 사유를 자유롭게 전개시킨다. 그러나 이것은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분야 넘나들기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방법론적인 넘나들기라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 새끼>의 우화로 포퍼의 '열린 사회'에 상응하는 '닫힌 사회'의 개념을 명쾌하게 설명하는가 하면, <어린 왕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왕자와 거지>의 동화에서 르페브르의 '일상의 속박'이라는 명제를 찾아낸다. 한편,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인물을 빌어 '인간의 창조성'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그로부터 500년 뒤 똑같은 이름의 레오나르도(디카프리오)가 어떻게 대중매체에 의해 '신화창조'되는가 역설하기도 한다.
언뜻 보면, 이 책은 방향성 없이 종횡무진 움직이는 사유의 모음처럼 보인다. 그러나 찬찬히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의 독특한 글쓰기가 대중문화에 익숙한 젊은 독자들로 하여금 저자가 선정한 현대문화의 열 가지 중심 카테고리에 스스럼 없이 다가올 수 있도록 의도된 정교한 장치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