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죄도 / 지을 수 없을 것 같은 / 푸른 가을 날 // 가장 아름다운 그림물감을 / 내 마음에 풀어 / 제목 없는 그림을 / 많이도 그려본다" -- 추억일기 중에서
순결한 시심과 결 고운 서정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이해인 수녀의 시집. 이 시집 속에는 시인의 맑은 영혼이 더욱 풍요로워진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 책을 통해 시인은 자신의 시가 쓸쓸하지만 언젠가 돌아올 주인이 마음에 들어할 깨끗하고 아름다운 집이 되길 바란다. 아울러 버섯, 봄까치꽃, 꽃샘바람,구름, 이름모를 어느 꽃 등 외딴 마을의 빈집을 둘러싼 주변의 모든 것들에게 시인은 따스하고 정감어린 눈길을 보낸다.
그들 속에 숨어있는 따스함과 진실을 읽어내면서 자신의 마음을 언젠가 만날 그분을 위해 정성스럽게 닦고 있는 시인은 여전히 맑고 깨끗하다. 오랜 세월의 침묵과 수행을 통해 더욱 꽉 차게 들어차고 익은 시를 시집 속에 50편 가득 담아 내고 있다.
이해인 (지은이)의 말
생각을 잘 익혀야 좋은 시를 쓸 수 있고, 삶을 잘 익혀야 아름다운 사람으로 성숙할 수 있음을 새롭게 알아듣는 가을. 그동안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은 기쁨을 다시 사랑으로 되돌려주고 싶은 나의 열망이 석류 열매처럼 툭 하고 쪼개지는 소리를 듣는 가을.
그동안 내가 빚어 놓은 시의 글꽃들을 부족한 대로나마 곱게 엮어 사랑하는 이들에게 오랜만에 작은 선물로 바칠 수 있는 이 가을.나는 새삼 행복하고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