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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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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는 사람 요리후지 분페이가 20년 넘게 일하며 얻은 경험을 가감 없이 정리했다. 디자이너가 아니라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일’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 때문이다. 요리후지 분페이는 책을 디자인하고, 광고를 구상하고, 그림을 그린다. 결국 평면의 세계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일이다. 그는 광고 업계에서는 책 만드는 사람으로, 출판 업계에서는 이것저것 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사회에서 규정한 틀에 비추어 ‘정리되지 않은’ 사람인 셈이다. 평면의 세계를 다룬다고 하지만 그는 매우 입체적이다.
요리후지 분페이가 복기하는 자전적 이야기는 생생한 날것이다. 그림을 즐겨 그리던 꼬마가 디자인이라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고군분투하며 지금에 이르게 된 과정을 담담한 어조로 풀어낸다. 텔레비전도 마음대로 보지 못한 유년기, 치열한 경쟁 속에 보낸 학창 시절, 밤낮으로 로봇처럼 일만 하던 회사 생활, 디자이너로서 독립하여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기까지의 노력, 여러 사람과 의견을 조율해가는 과정,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방법 등 진솔하고 신랄한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 그를 ‘디자이너’라고 단정지어 부르기에는 너무 아깝고 또 그런 틀에 끼워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를 디자이너가 아니라 ‘디자이너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존경한다. : 이 책은 사회라는 강에서 디자인이라는 배에 올라 종횡무진 나아가는 그의 ‘항해 일지’다. 흔들리는 배를 타고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던 나도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뱃멀미 정도는 참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 나는 고민을 행동으로 옮기는, 말하는 디자이너의 중요성을 느낀다. 이는 그동안 인식되어온 디자이너의 일에 대한 거친 반작용일 것이다. 나는 이런 반작용이 분페이가 말하는 새로운 인식의 ‘실존적 이퀄리티’를 만들어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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