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발표된 중.단편소설을 결산하는 이상문학상의 43번째 작품집이 출간됐다. 2019년 이상문학상 심사위원 5인(권영민, 권택영, 김성곤, 정과리, 채호석)은 만장일치로 윤이형의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를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는 두 반려 고양이의 삶과 죽음을 통해 완벽하게 단절되고 고립된 현대 사회의 삭막함과 현대인의 뼈저린 고독을 유려한 문장과 빼어난 감수성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해체되어가는 결혼 제도, 부모 세대와의 단절, 취업의 어려움, 그리고 정부의 공허한 출산 장려 정책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부모 세대에 대한 실망감, 취업난으로 인한 경제적 불안정, 그리고 결혼 같은 사회제도의 억압과 속박 속에서 짧은 인생을 낭비하며 속절없이 나이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 시대 한국 젊은이들의 불안감과 좌절감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이번 작품집에는 대상 수상작인 윤이형의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와 자선 대표작 '대니' 외에도 5편의 우수상 수상작이 수록되어 있다. 이들 모두가 시대적 글쓰기의 가치를 충분히 지녔다는 평을 받았다. 우수상 수상작은 다음과 같다. 김희선의 '해변의 묘지, 장강명의 '현수동 빵집 삼국지', 장은진의 '울어본다', 정용준의 '사라지는 것들', 최은영의 '일 년'.
: 부조리한 현실적 삶과 그 고통을 견뎌내는 방식이 중편소설로서의 무게에 알맞게 균형 잡혀 있는 대상작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는, 소설 내적 상황을 바라보는 방식을 달리함으로써 인물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데에 일정하게 성공하고 있다. 섬세한 언어 감각과 인상적 묘사도 서사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는 점은 이 소설을 읽는 모든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전통적인 가족관계를 해체하고 여성의 권리를 주장해온 지난 세월의 노력이 자각과 실천이라는 방향성을 가지게 된 시대의 맥락에서 볼 때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다. 고양이의 죽음에 그토록 아파하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고독했는지, 또 우리가 얼마나 불안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 우리의 사랑과 공감은 얼마나 약하고 실천하기 어려운 것인지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제목의 의미를 유추해나가는 과정 또한 이 작품을 읽는 한 가지 묘미가 된다.
: 윤이형의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에서 ‘1인 대 만인의 싸움’은 핵심적인 문제이다. 여기서 ‘만인’은 구체적인 사람들이 아니라 불가해하고 위협적인 존재들의 다발이며, 어떤 사실이 아닌 지배적인 심리를 가리킨다. 현대의 한국인들은 모두 이 주관성의 렌즈로 세상을 보고 판하다고 응대한다. 그렇게 ‘나’는 그 만인의 바깥에 있었다가 어느새 그 안에 들어가 있게 된다. 윤이형의 소설은 그러한 인식에 이르러 조금씩 나아간다. 독자를 깊은 사색의 심연 속으로 밀어 넣는다.
: 세계의 폭력성은 개인의 선함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세계의 폭력성은 개인의 선함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것이며, 때로는 개인의 선함을 자기의 먹이로 삼는다. 그러니 세계 속에서 개인의 몰락이란 선함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바로 그 ‘때문에’인 것이다. 수상작은 그 ‘불구하고’를 ‘때문에’로 바꾸어 보여준다. 그렇게 이 소설은 세계의 수많은 문제들을 이어간다. 하나하나로도 벅찬 문제들이 이 소설 속에서는 촘촘하게 엮여 있다.
2011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원주에서 소설가 일과 약사 일을 병행하고 있다. 소설집 『라면의 황제』 『골든 에이지』 『빛과 영원의 시계방』, 장편소설 『무한의 책』 『죽음이 너희를 갈라놓을 때까지』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 산문집 『밤의 약국』 등을 썼다.
월급사실주의 소설가. 문단 차력사. 단행본 저술업자. 2011년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재수사》(전2권), 《열광금지, 에바로드》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우리의 소원은 전쟁》 등 소설과 논픽션, 에세이를 출간했다. 수림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 젊은작가상, 오늘의작가상, 심훈문학대상 등을 받았다. 뜻맞는 지인들과 온라인 독서모임 플랫폼 그믐(www.gmeum.com)을 운영한다.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와 2004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키친 실험실』 『빈집을 두드리다』 『당신의 외진 곳』 『가벼운 점심』, 장편소설 『앨리스의 생활방식』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날짜 없음』 『날씨와 사랑』, 청소년소설 『디어 마이 버디』 등을 썼다. 문학동네작가상,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2009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가나』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선릉 산책』, 중편소설 『유령』 『세계의 호수』, 장편소설 『바벨』 『프롬 토니오』 『내가 말하고 있잖아』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 황순원문학상, 문지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소나기마을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젊은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장편소설 『밝은 밤』 등을 냈다.
윤이형 (지은이)의 말
몇 년 전 어느 날 이후로
글을 쓰는 마음보다 쓰기를 그만두는 마음에 대해,
글쓰기를 너무도 사랑하지만
그만두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는 날들이 더 많았다.
그런 날들이 계속되었고, 작년 이맘때
사랑하던 고양이가 죽었다.
나는 택시를 타고 가서 고양이의 몸을 태웠다.
고양이의 뼈는 녹아서 돌이 되었다.
그 뒤로도
오래 앓은 친구는 여전히 앓고 있고
모기 물린 자리에는 농가진 자국이 남았고
어떤 나쁜 일들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어떤 악몽은 약을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1년 내내 맛있는 밥을 손수 해 먹으며
죽음에 관한 책들을 열심히 읽었다.
벚꽃 잎처럼 어디에나 흩날리는 미움이 지겨웠는데
나 역시 내 생각만큼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너무 늦게 꽃 한 다발을 샀고
처음으로 빠진 아이의 앞니를 오래 들여다보았다.
그러다가
‘좋은 일 좀 생겨라’라는 기원의 말 앞에 ‘제발’을 붙여
서로에게 마구 던지는 사람들의 모임에 결국 들어가게 되었다.
그 와중에 힘을 내서 소설 한 편을 겨우 썼다.
그게 전부이고 달라진 건 없다.
그럼에도 이번 일을 핑계로
고마운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어 좋다.
제가 가장 힘들 때 존재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제발) 기쁜 일들이 많이 생기세요.
살아 있는 것만으로 좋다고 말할 수는 도저히 없는 날들이지만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가끔은 기뻐하며 살아요.
거창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늘 하던 일들을 하면서요.
저도 그래볼게요.대상 수상 작가 윤이형의
수상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