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발표된 중.단편소설을 결산하는 '이상문학상'의 42번째 작품집이 출간됐다. 2018년 이상문학상 심사위원 5인(권영민, 권택영, 김성곤, 윤후명, 정과리)은 만장일치로 손홍규의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를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는 탄탄한 서사와 실험적인 문체의 힘을 이용하여 여러 등장인물들의 시점을 교차시키는 독특한 서사적 진행 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소통의 어려움이라는 주제를 인물의 입장에서 서술하는 독특한 기법으로 재현한다. 맨 처음 도입되는 청년에 관한 서술은 후에 남편의 입장에서 본 폭력에 대한 반성과 구원으로 이어진다.
아내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가 허상을 보며 말하는 것이 차라리 부럽다. 작가는 인물들이 자기 입장에서만 서술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연결고리를 잃은 자아를 암시한다. 현재에서 과거로 진행되는 서사적 진행 방식을 활용하여 경험적 과거는 기억 속의 회상이 되지만 일종의 환상으로 처리되고 있으며, 이러한 기법적 고안을 통해 작가 손홍규는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절망한 이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이번 작품집에는 대상 수상작인 손홍규의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와 자선 대표작 '정읍에서 울다' 외에도 우수상 수상작인 구병모의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 방현희의 '내 마지막 공랭식 포르쉐', 정지아의 '존재의 증명', 정찬의 '새의 시선', 조해진의 '파종하는 밤'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들 모두가 시대적 글쓰기의 가치를 충분히 지녔다는 평을 받았다.
: 작가는 한국 현실에 근거하면서도 젊은 세대의 취향답게 리얼리티를 판타지로 변용시키는 데에서 그의 소설적 변별성을 획득한다. 그럼으로써 현실은 감각적으로 확장되고 주제적으로 보편화된다. ‘지금, 이곳’의 경계를 넘어서 큰 폭의 삶의 풍경으로 변화하는 것, 요컨대 현실은 하나의 설화로 변형되는 것이다.
1965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1990년 장편소설 『빨치산의 딸』을 펴내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고욤나무」가 당선되었다. 소설집 『행복』 『봄빛』 『숲의 대화』 『자본주의의 적』,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심훈문학대상, 5·18문학상, 요산김정한문학상, 오영수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노근리평화문학상, 서라벌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동서문학』에 「새홀리기」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달항아리 속 금동물고기』로 제1회 『문학│판』 장편소설상을 받았으며, 이후 단편소설집 『바빌론 특급우편』, 『로스트 인 서울』, 『타오르다』, 장편소설 『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 『달을 쫓는 스파이』, 『세상에서 가장 사소한 복수』 등을 썼다. 장편소설 『불운과 친해지는 법』은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BOOK TO FILM에 선정되었고, 단편소설 「내 마지막 공랭식 포르쉐」로 2018년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다.
장편소설 《위저드 베이커리》 《아가미》 《한 스푼의 시간》 《상아의 문으로》, 소설집 《고의는 아니지만》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단 하나의 문장》 《있을 법한 모든 것》 등이 있다. 오늘의 작가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손홍규 (지은이)의 말
가만히 앉아 태초부터 주어진 질문을 어루만지듯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뭐라 말 못할 그 길 가야하고 가야만 할 길
어쩌면 끝내 갈 수 없는 길.
그 길에서 다시 넘어지고 서성거리겠지.
그런 날들이었고 그런 날들이겠지.
가만히 앉아 태초부터 주어진 질문에 대답하려 애쓰다
참으로 오랫동안 많은 이들이 환대했음을 깨닫는다.
어쩌자고 살아왔는가 싶은데 어쩌자고 이리들 환대하시는가.
소설가라는 현실에 절망하고
의심하고 후회하면서도 이 길을 걸어가겠지.
소설을 깊이 사랑하는 자는
소설을 깊이 의심하고 증오하는 자임을 매번 깨달으면서.
그러겠지. 그래야 하겠지. 그럴 수밖에 없겠지.
고마운 이들이 너무 많아 가슴에 담아두련다.
미안한 이들도 너무 많아 가슴에 새겨두련다.
아짐찮다는 말, 고맙고 미안하다는 이 말.
유언처럼 아껴둔 이 말.수상 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