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저 외에는 소설집 한 권(<꿈꾸는 마리오네뜨>)이 출판 경력의 전부인 권지예씨가 제26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짧은 작품 활동이었지만, 연배나 등단 횟수에 상관없이 우수한 작품을 써냈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일치된 평이다.
수상작 '뱀장어 스튜'에서도 그녀만의 특징이 엿보인다. 주인공이 고국을 떠나왔다는 점, 아무 문제없이 불륜을 경험하고 지나간다는 점,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 등이다.
주인공의 몸에는 제왕절개 수술자국과 동맥을 자른 자국이 뚜렷이 남아있다. 모두 다 현재 남편과는 무관한 일들이다. 그녀는 그 상처를 정성스럽게 애무해주는 남자를 만나 프랑스에서 결혼했지만, 이삼 년에 한 번은 한국에 와 과거의 남자와 성교를 한다.
이렇게 남편과 과거의 남자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이야기가 소설의 몸통이다. 그 가운데에는 성 묘사와 상징적인 일화, 삽화가 끼어 있다. 심사위원인 김인환 교수는 이 묘사와 상징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으며, 세련된 표현기법이 완숙한 경지를 보여주었다 평가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욕망에 대한 치밀한 해부와 상황을 심미적으로 녹여 내는 부드러움"을 높게 샀다.
권지예 씨는 피카소의 그림을 보다가 어떤 강렬한 이끌림에 의해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말했다. 박사 논문을 쓰면시 집필을 시작해 2000년 가을에서야 병상에서 탈고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의 고통과 절망이 '뱀장어 스튜'를 끓여낸 활력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등단 5년차에 이 상을 받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비굴하지 않은 작가정신으로 죽을 때까지 인생의 본질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겠다"
수상작 외에도 추천 우수작 '첫사랑'(김연수), '밤의 고속도로'(김인숙), '이인소극'(윤영수), '죽은 사람의 의복'(정영문), '마리의 집'(조경란), '눈보라콘'(천운영), '여인'(한창훈)이 수록되었다. 기수상작가 우수작에는 최인호의 '유령의 집'이 초대되었다.
1997년 《라쁠륨》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퍼즐》 《꽃게무덤》 《폭소》 《꿈꾸는 마리오네뜨》, 장편소설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유혹》(전 5권) 《4월의 물고기》 《아름다운 지옥1,2》, 그림 소설집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서른일곱에 별이 된 남자》, 산문집 《권지예의 빠리, 빠리, 빠리》 《해피홀릭》 등이 있다. 2002년 이상문학상, 2005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198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칼날과 사랑』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 『단 하루의 영원한 밤』, 장편소설 『’79~’80 겨울에서 봄 사이』 『꽃의 기억』 『봉지』 『소현』 『미칠 수 있겠니』 『모든 빛깔들의 밤』 『더 게임』, 중편소설 『벚꽃의 우주』 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수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5년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였다. 1980년 교직을 그만두고 1990년 《현대소설》에 단편 「생태관찰」이 실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30회 한국일보문학상(1997), 제3회 남촌문학상(2008), 제23회 만해문학상(2008)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 『착한 사람 문성현』 『소설 쓰는 밤』 『내 안의 황무지』 『귀가도』 등이 있다.
소설가.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바늘』 『명랑』 『그녀의 눈물 사용법』 『엄마도 아시다시피』 『반에 반의 반』, 장편소설 『잘 가라, 서커스』 『생강』, 산문집 『쓰고 달콤한 직업』 『돈키호테의 식탁』 등을 펴냈다. 한국일보문학상·신동엽문학상·올해의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권지예 (지은이)의 말
'나'와 '그녀', '여자'의 시점을 액자소설이되 액자와 액자 속으로 드나들게 하면서 리얼리즘 소설로는 제한적인 한 인간의 외면과 내면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 보고 싶었다. 또한 8년 간의 프랑스 체류중에 자연스레 체감한 예술적 분위기 속에서, 특히 미술을 통해 문학에 접근하는 방식을 내 나름대로 시도를 해보게 되었다.
(...) 귀국한 지 2년 남짓, 등단 5년차, 마흔 넘은 신인. 모국에서의 글쓰기는 여간 만만치 않았다. 이제 한국문단의 기라성 같은 수상작가들의 이름 밑에 내 이름을 올리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