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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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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에세이. 91년생 김지영. 서울 쌍문동에서 나고 자라 2년마다 전셋집으로 이사 다니고, 재활병원에서 작업치료사로 하루 평균 15명의 환자들을 치료하며, 고된 업무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연봉을 받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이었다.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살았지만 삶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치매환자로부터 이유 없이 뺨을 맞고 부어오른 뺨을 어루만지며 치료를 하던 어느 날, 이러다 영원히 자신을 돌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이르자 그녀는 아팠다. '아프고 힘들어야만 하는, 고생하고 상처받아야만 하는 청춘은 어디에도 없다. 모두가 그렇게 산다고 하여 그것이 맞는 삶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저녁도 먹지 못한 채 붐비는 지하철을 타고 늦은 퇴근을 하던 그날 문득, 행복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직장에 사표를 내고 뉴욕 행 티켓을 끊었다. 그 후 혼자서 1년 7개월 동안 40개국을 여행한다. 그녀에게 세계일주는 도전이었다. 첫날부터 뉴욕의 지하철 역 계단에 주저앉아 펑펑 울고, 포르투에서는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뿅망치 세례를 받고, 탄자니아의 어느 집에서는 상한 수박을 대접받기도 하고, 모로코에서는 가는 곳마다 바가지의 끝판왕인 사람들을 만난다. 길 위에서 일어난 많은 일들은 끊임없이 그녀를 곤경에 빠뜨렸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건 그녀가 꿈꿔왔던 순간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이 안 통해 거리를 헤매고, 50센트짜리 빵 한 조각으로 끼니를 때우고, 곰팡내 나는 침대에 누워 있는 소소하지만 자유로운 일상은 그녀에게 행복을 되찾아주었다. 그녀는 매순간 날것의 자신과 마주했고, 마음을 채웠고, 사랑했다. 그제야 그녀의 삶은 예쁘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프롤로그 | 나는 행복해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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