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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덕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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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이 여성상인 9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작가로서 놓칠 수 없는 글감이었고, 망원시장은 더군다나 홈플러스와의 투쟁으로 인해 ‘자기계발적’인 성공담까지 품은 공간이다. 여기서 장사하는 아주머니들은 원래 이렇게 강하지도, 거칠지도, 불굴의 의지로 똘똘 뭉치지도 않았다. 연약하고, 수줍고, 많이 배우지도 못했지만 먹고사는 일이 이들을 강하게 키워냈다.
아픈 데가 없다고 말할 순 없다. 쉬는 날이 적어 힘들지 않다고 말할 자신도 없다. 거대 자본은 몇 년 단위로 언제나 맞설 태세를 하고, 일인가구가 늘어날수록 먹거리 재료를 사가는 주민도 줄어든다. 사방에 장사를 그만둘 요인은 넘쳐나지만, 사실 월급쟁이에 비하면 어떤 때엔 꽤 먹고살 만하기도 하고, 아이들 대학과 시집장가도 다 보냈다. 그래서인지 상인으로서의 주도성은 삶의 주체성까지 일궈내며 어느덧 삶의 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 상인회장이니 서울시의회 비례대표니 드러나는 자리엔 남성들이 있었지만, 이 책은 그 뒤에 오랜 기간 장사를 해오며 끈끈한 관계를 맺어온 여성상인의 강한 결속이 있었다는 데 주목했다. 그렇게 9명의 여성 상인이 9명의 여성 필자를 만나 들려준 살아온 이야기가 이 책에 오롯이 담겼다. : 이 책은 생존의 끝자락에서 살아남아 여전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망원시장의 여성상인 9명을 인터뷰한 기록이다. 모든 기록은 상인들의 생생한 구어로 서술돼 있다. 어린 나이부터 생업 전선에 뛰어든 이야기, 시집간 딸이 손녀를 안겨 송구하다며 사돈에게 허리 굽히는 친정아버지를 보며 눈물을 삼킨 일화 등 시대상을 간추리는 장면들이 쉼 없이 펼쳐진다. : 구술생애사는 말 그대로 ‘입에서 나온 사람의 인생사’다. 청자가 최대한 자신의 생각을 줄이고 상인들의 말투를 그대로 옮겨 적는 방식이어서 글 내용이 세밀하고 문체가 생생한 게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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