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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내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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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순 문학평론집. 박명순의 문학평론은 공감의 언어다. 여기서 공감이라는 말에는 공명의 의미뿐만이 아니라 비판도 포함되어 있다. 어쩌면 ‘공명’ 자체에 비판이 기본 속성으로 깔려 있을지 모른다. 비유하자면, 작품을 먼저 끌어안은 다음에 체온을 충분히 공유한 후 작품의 ‘얼굴’을 확인한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 행위에는 이미 공유한 체온을 충분히 믿지 못해서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차이마저 서로 긍정하자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박명순의 문학평론에는 날이 서 있지 않고 마치 새 둥지 같은 느낌을 준다. 비판은 곧 탄핵이라는 살벌한(?) 정의가 고래로부터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성의 언어이지, 박명순의 언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래서 박명순의 비평 언어는 분석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말 걸기’ 내지는 ‘대화’에 가깝다.

: 박명순의 평론은 대상이 되는 작품을 윽박지르거나 무리하게 해체하지 않는다. 오직 작품의 결과 그 결에 웅크려 있는 작가의 숨소리를 더듬는다. 그래서 읽는 이로 하여금 작품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비판의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작가에게 바라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시종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평론의 덕목은 당연히 평자의 심미안과 그것을 풀어내는 설득력 있는 논리에 있지만, 논리를 넘어서는 이 따뜻함은 분석이 주는 날카로움을 ‘대충’ 무마해주는 게 아니라 겸손한 바람을 비판에 얹음으로써 작가의 귀를 솔깃하게 할 것 같다. 평론도 하나의 대화 장르라면 이것은 작지 않은 장점이다. 설득과 공감은 메마른 지적보다는 청자의 귀와 마음을 열게 하는 언어니까 말이다. 또 한가지 장점은, 지역에서 외롭게 문학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먼저 내미는 손길에 있다. 이는 자칫하면 인정 비평으로 흐를 수 있지만, 박명순은 아슬아슬하게 긴장과 균형을 잃어버리는 법이 없다. 오늘날 ‘좋아요’에 취한 세태 때문인지 이런 비평의 태도는 더 돋보인다 할 것이다. 나는 각 지역에서 창작된 문학작품을 이렇게 꼼꼼하게 읽어주는 비평가들이 많아져야겠다는 생각을, 박명순의 이번 평론을 읽으면서 절실하게 하게 됐다. 사는 지역을 떠나 우리 모두 ‘서울문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작 :<거울과 유리창>,<영화는 얼굴이다>,<애도의 언어, 소생의 힘> … 총 8종 (모두보기)
소개 :『채만식 소설의 페미니즘』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등학교 국어 교사로 30여 년 재직. 공주대학교, 순천향대학교에서 ‘국어교육학’과 ‘현대소설’ 등을 강의했으며 비상 『국어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아버지나무는 물이 흐른다』, 『영화는 여행이다』, 『슬픔의, 힘』, 『안녕, 개떡선생』, 『애도의 언어, 소생의 힘』, 『영화는 얼굴이다』 등의 저서가 있다. 충남작가상, 아르코 창작지원금, 문학비평활동 지원금과 충남문화재단, 공주문화재단 지원금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