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정의공주> 등 시대의 질곡을 과감히 넘어선 역사 속 여성들을 찾아 그들의 삶과 고뇌를 소설로 형상화해 온 한소진 작가의 장편소설. 일제강점기 신여성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이자, '천재 극작가' 김우진과의 동반 자살이라는 행적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성악가' 윤심덕의 삶과 사랑을 본격적으로 조명한 작품으로, 작가는 윤심덕의 행적이 언급된 각종 기사 및 문헌을 심도 있게 확인하고 드라마작가로서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원고지 1,200매 분량의 장편소설을 완성했다.
작가는 윤심덕의 어린 시절부터 그녀가 노래를 위해 유학을 떠나는 과정, 일본에서의 유학생활, 김우진과의 운명적인 만남, 돌아온 조선에서의 성공과 좌절, 그리고 데뷔 후 불과 3년 만에 끝내 피하지 못한 절망까지 각각의 에피소드를 시와 노래를 함께 엮어 집필했다.
찬사와 시샘을 동시에 불러일으킬 정도로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였던 윤심덕은 여자라는 이유로 때로는 추행과 모욕에 맞닥뜨렸고, 그 시대의 가치와는 다른 생각과 외모를 드러내 보인다고 해서 비난과 수모를 당해야만 했다. 오로지 한 사람만을 사랑했으나 그는 이미 조혼한 상태였다. 현실의 장벽에도 과감하게 사랑을 선택한 그들의 모습이 세상에 드러났을 때, 윤심덕은 온갖 추한 소문의 주인공으로 전락한 후였다. 결국 두 사람은 오해와 엇갈림, 세상의 질시 속에 비극적 생을 마감해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프롤로그_ 조선의 특별한 별, 윤심덕
1장 아름답게 꽃 필 적에 • 2장 어린 봉선화 한 송이 • 3장 내리는 비, 우울
4장 진흙 속에서 피어나다 • 5장 슬픈 광기의 날들 • 6장 사랑…… 변명
7장 우는 꽃 • 8장 광야를 달리는 인생아 • 9장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10장 술이 기다리는 바다 • 11장 뜨거운 눈물을 감추고
12장 잃어버린 목소리 • 13장 행복한 인생들아, 너 찾는 건 허무
14장 칼 위에서 춤추는 자여 • 15장 쓸쓸한 고해
16장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 17장 환생키를 바라노라
에필로그_ 종로에서 술 한 잔
작가의 말
주석
한소진 (지은이)의 말
영화 〈사의 찬미〉로 많이 알려진 사연이지만 소설로는 한 번도 그려진 적 없는 이야기. 근대 여명기의 여성을 한 사람쯤은 소개하고 싶었던 때, 이 가슴에 다가온 사람은 바로 비운의 윤심덕이었고 그녀의 그림자로 살아야 했던 김우진이었다.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불륜의 사랑’이기에 글쓰기는 그 버거움을 이기지 못하고 매양 겉돌았다. 그러나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들이 주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만 생각키로 했다. 그렇게 4년이라는 집필의 시간이 흘렀다.
사랑에 대해서만은, 꽉 막힌 그 시절보다 더 험악해지거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이 시대의 남과 여가 아닌가. 여전한 가부장제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갈등으로 이 좋은 세월을 다 갉아먹고 있지 않은가.
이런 우리를 비통하게 바라보고 있을 윤심덕과 김우진의 눈동자가 여전히 아프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