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울산점] 서가 단면도
|
제157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2017년 5월 일본 문예지 「분가쿠카이」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한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같은 작품으로 제157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누마타 신스케의 소설이다.
제목 '영리'는 '번갯불이 봄바람을 벤다'는 뜻의 전광영리참춘풍(電光影裏斬春風, 인생은 찰나이지만 사람의 영혼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에서 발췌한 것으로, 작가가 일본인들도 추상적인 이미지밖에 떠올리지 못할 이 말을 제목으로 결정한 이유는 '그림자(影)'와 '이면(裏)'이라는 글자가 가진, 무엇인가에 가려져 있는 이미지 때문이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을 전후로 삶이 변화된 두 남자에 대한 이야기로, 현재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에 살고 있는 저자는 "재해가 일어났던 지역에 살고 있는 소설가로서, 한 번은 이 소재를 내 안에 두고 써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집필 동기를 밝힌 바 있다. 주인공 '나'의 회상과 독백이 파편처럼 배치된 이 소설은 3개 장으로 나뉘어 있다. '나'는 결혼을 생각했던 동성 친구와 헤어지고 도호쿠 지방으로 전근한 후 그곳에서 '히아사'라는 인물을 만나고, 점점 더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듯 그의 면면을 발견해나간다. 히아사의 부스스한 머리와 분위기에서 시대를 잘못 타고난 이방인의 모습을 떠올리다가도, 정장에 넥타이를 갖춰 입고 왁스로 뾰족하게 세운 머리를 하고 다시 나타난 그를 보며 낯설어한다. 대지진 후 다른 이들로부터 그의 또 다른 모습들을 전해 듣는 '나'는 사라진 그를 직접 찾아 나선다. 목차 없는 상품입니다.
: “원래 히아사라는 친구는 어떠한 종류의 것이든 뭔가 큰 것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면 좋아하고 쉽게 감동하는 인물이었다.” 이 작품의 장점을 한 가지만 꼽으라면 나는 이 문장을 꼽겠다. 이 작품은 암시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암시는 마이너리티인 주인공의 여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과 거리가 먼, 한껏 짜낸 용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읽었다. : 어떻게 쓰지 않으면서 쓸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내포하고 있어 흥미로웠다. 주인공은 자신이 언어가 닿지 않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며, 무언의 발자취에 한결같은 시선을 쏟고 있다. 등장인물 누구나가 우두커니 그 자리에 남겨져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자욱한, 구제받을 길 없는 농밀한 고독 앞에서 말은 무력하다. : 작가의 묘사력은 신인의 영역을 넘어섰다. 주인공은 쓰나미를 보고도 도망치지 않고 눈을 피하지도 않고 휩쓸리는 히아사를 상상한다. ‘어떤 거대한 것의 붕괴에 도취하는 경향’을 가진 그에게 딱 맞는 정경이며, 이 작품의 계속되는 저음이 ‘붕괴’라는 것을 선명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