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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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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에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대만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며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가 돌연히 절필을 선언한 후 25년 만에 복귀한 대만의 작가 왕딩궈의 첫 장편소설.
그는 1980년대 초부터 독특한 분위기의 소설로 대만 문단에서 주목받았지만 갑자기 공무원으로 전향했다가 다시 사업에 뛰어들어 대만 건설업의 기복과 곡절을 몸소 체험했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하고 25년 뒤인 2004년 소설집 <사희>로 문단에 복귀한 후 발표한 소설들은 수많은 매체에서 올해의 소설로 뽑혔으며, 2015년에 발표한 <적의 벚꽃>으로 대만국제도서전에서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하며 정점을 찍었다. <적의 벚꽃>은 사랑의 열정과 비정함이 교차하는 소설이다. 줄거리는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로 등장인물도 나, 아내 추쯔 뤄이밍, 뤄이밍의 딸 뤄바이슈 네 명뿐이다. 주인공의 아내 추쯔가 한 소도시에서 명망 높고 좋은 일을 많이 하기로 유명한 남자 뤄이밍과 불륜을 저지른 뒤 실종된다. 건축회사에 다니던 주인공은 직장을 그만두고 해변의 한 방파제 옆에 작은 카페를 열고 아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그를 찾아온 것은 다른 여자 뤄바이슈였다. 그녀는 바로 뤄이밍의 딸. 아버지의 비밀을 풀기 위해 온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속죄를 하러 온 것일 수도 있다. 모든 줄거리는 주인공과 뤄바이슈의 대화를 통해 전개되며, 추쯔와 뤄이밍도 실제로 등장하지 않고 나의 독백과 뤄바이슈와의 대화 속에서만 등장한다. 프롤로그 ― 슬픔을 쓰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 쉼표 하나, 마침표 하나에도 의미가 담겨 있다. : 그의 펜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의 사물을 넘어서 일상의 한 찰나를 신비롭고 위대한 순간으로 바꾸어놓는다. : 가장 잊을 수 없는 것은 왕딩궈의 언어 속 행간에 스며들어 있는 그 고귀함이다. 그건 이 세상에 대한 의로운 정(情)이자 품격이며 절개이자 지조다. : 왕딩궈의 펜 끝에서 오랫동안 대만소설이 조롱받던 두 가지 요소가 누명을 벗었다. 하나는 ‘리얼리즘’이고 다른 하나는 ‘비정(悲情)’이다. : 왕딩궈의 글은 한 발은 천국을 딛고 다른 한 발을 지옥을 딛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언제나 차가움과 뜨거움 사이를 오간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놀라울 만큼 속물적이지만 또 변치 않는 것에 집착한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연합뉴스 2019년 1월 1일자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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