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복 (문학평론가, 경남대 교수) : 왜 이 시기에 백제 의자왕의 이야기인가? 역사적 진실을 제대로 알 때 미래의 방향을 올바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문주는 승자가 왜곡한 의자왕의 삶을 당시의 사료를 동원하여 바르게 추적함으로써 피지배자로 전락해 고통 받게 된 민중의 역사를 주목하고 있다. 결사항전으로 백제정신의 표상이 된 계백 장군과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의자왕의 행적을 그려냄으로써 침략에 굴복하지 않는 의기와 의연함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일제 식민지를 거쳐 아직 반半식민지적 삶을 살고 있는 현실에서 자립의 길로 가기 위해 어떤 정신으로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김하기 (소설가) : 학교폭력을 아동문학의 장르로 고발해왔던 작가 김문주는 ‘부여의자’를 통해 역사폭력을 고발하는 본격적인 역사소설가로 변신했다. 망국의 군주 의자왕에게 들씌워졌던 온갖 왜곡된 역사의 누명을 벗겨내고, 백제의 끝자락을 위대하게 마무리한 새로운 인물로 탄생시켰다. 단순한 재해석과 상상력만의 산물이 아니라 《삼국사기》 《일본서기》 《당서》 등 엄정한 고증을 거친 준열한 작가의식에 찬사를 보낸다. 백제 멸망 이후 한 번도 역사의 중심에 서지 못한 백제의 옛 땅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것도 일독을 권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