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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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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대 최고의 철학자 중 하나인 자크 랑시에르는 『모던 타임스: 예술과 정치에서 시간성에 관한 시론』에서 소련의 붕괴 이후 우리의 현재를 기술하는 지배적 방식에서 작동해온 실증주의적 시간 개념, 즉 오늘날 전 지구적 시간의 역사적 흐름, 지배 형태, 우리 삶의 시간이 맺는 관계를 사고하는 데 쓰이는 지배 모델들을 문제 삼는 사유로 우리를 초대한다.
랑시에르에 따르면 마르크스주의적 대서사의 종언이 곳곳에서 떠들썩하게 선고되던 동안, 국가, 금융, 언론, 과학 등은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이 오직 현재만 존재한다는 현재주의(presentism)의 군림 아래 개인들을 전 지구적 시간의 정의에 종속시키면서, 동시에 이 시간을 기준으로 잘못을 거듭하도록 한다. 공식적 담론과 비판적 담론, 진보 및 행복의 허구와 쇠락 및 불행의 허구는 이 원 안에서 쳇바퀴를 돌며 전 지구적 필연성의 허구를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랑시에르는 이 원에서 빠져 나와 다른 시간, 해방의 시간을 개시하기 위해서는 시간의 정의를 다시 사고하면서 시간의 나눔을 둘러싼 이 새로운 전쟁에 맞서는 투쟁 형태를 고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랑시에르가 2014~15년에 발표한 네 개의 에세이를 담고 있는 『모던 타임스』는 지난 40여 년 동안 노동자의 해방 형태에서 예술의 식별 체제까지, 민주주의의 원리에서 문학적 허구의 변형까지, 지적 능력의 평등론에서 지배 장치로서 수립된 합의의 형태까지 이르는 랑시에르의 궤적을 꿰고 있다. 겉보기에는 동떨어진 대상과 영역을 다룬 듯이 보이는 이 사유의 여정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경험 세계의 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밝히면서 그것을 돌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향한다. 시간, 내레이션, 정치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8년 3월 29일자 '책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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