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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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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전문가인 최현명은 2002년부터 마흔 번에 가까운 몽골과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의 파미르 고원 여행을 통해 늑대들의 땅을 헤매고 다녔다. 이 기록은 2002년 5월 14일부터 6월 30일까지 네이멍구 자치주를 45일 동안 여행한 이야기다.
여행하는 내내 새끼 늑대 두 마리를 키우며 늑대와 늑대 굴을 찾아다닌 이상한 여행이다. 그는 가장 뜨겁고 잊을 수 없던 첫 여행의 기록을 애틋하고 간절하게 담아냈다. 여행 이야기와 더불어 늑대와 개, 양치기의 삼각관계, 어떻게 늑대가 개가 되었는지, 사람들이 왜 늑대를 미워하는지, 한반도에서 늑대는 어떻게 사라졌는지 무수하게 쏟아지는 물음을 찾아간 저자의 여행 밖 이야기도 흥미롭다. - 네이멍구 야생일기
: 음흉하고 사나운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지만 동시에 늑대는 언제나 매력적인 동물이기도 했다. 개와 같은 DNA를 가지고 있어서일까, 낯설지만 왠지 더 궁금하기도 한. 《빨간 두건 소녀》의 무서운 늑대의 모습은 쉽게 잊혀졌고, 《정글북》 속 모글리의 가족들이기도 했던 늑대 가족이나, 〈늑대아이〉 같은 이야기 속 늑대소년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고도의 유기적 협력 체제, 가족 중심의 작은 사회, 신뢰와 약속과 지도력과 신중함으로 대표되는 성품……
《늑대가 온다》의 하루하루를 읽어나가며, 저자의 등 뒤에 꼭 붙어 도무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늑대를 쫓으며, 조곤조곤 늑대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니, 문득 늑대를 포함한 야생과 지금 현대의 문명 중 어느 쪽이 더 야만적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은빛 머리칼에 늘씬한 체구, 반짝이는 눈매의 최현명 선생의 모습을 떠올리니, 아닌 게 아니라 그가 곧 우리들 속의 늑대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많은 추천인들이 말하고 있는 대로 다른 무엇보다 늑대를 향한 저자의 열정과 애정이 단연 돋보인다. 이십여 년 이상을 늑대에만 매달려온 그의 이야기는 이제야 시작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우리는 곧장 그의 다음 책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 그를 만나면 행복해진다. 그와 함께 있을 때면 몽골의 드넓은 초원과 알타이의 바위산 그리고 히말라야와 파미르의 설산이 펼쳐진다. 그곳에 살고 있는 늑대와 눈표범도. 나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쳤을 때면 그를 만나러 간다. : 그는 숲을 사랑하고 동물을 좋아하는 우리들의 알파 늑대이자 영원한 대장이다. : 늑대를 사랑하는 사람, 늑대를 닮아가는 사람, 늑대와 인간의 공존을 꿈꾸는 사람. 생명의 존엄과 경이로움으로 늘 야생에 머무는 사람. 그가 가는 길은 들꽃처럼 자유롭다. : 나는 최현명이 왜 사람으로 태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늑대나 개로 태어났어야 하는데, 신의 실수 같다. : 서울에서 곤충 모임이 기분 좋게 끝나고 지독한 숙취와 함께 눈을 떴다.
방 한가운데 커다란 책상이 있고 책꽂이에는 수십 권의 취재노트가 빼곡하다. 키 높은 진열장에 있는 야생동물의 하얀 골격들이 나를 내려 보고 있다. 주섬주섬 버너를 꺼내 라면을 끓인다. 밖에 나가면 형수 때문에 위험하다면서. 형님 집에서 처음 잤던 날이다. : 그의 옷이나 신발에는 숲에서 걸어 나온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거칠고 수줍어 무리에 합류하기를 거부하지만 정작 그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인다. 최현명이 들려주는 야생동물 이야기는 몽골 초원처럼 넓고 숲의 소리처럼 깊다. : 불광불급不狂不及, 어떤 것에 미친 듯이 몰두하지 않으면 이루기 힘들다. 저자가 온몸으로 찾고 조사한 이야기가 애틋하고 따스하다. 동물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들 이야기이기도 하다. :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그의 행색은 늘 같다. 낡은 조끼 주머니에는 나침반과 칼, 줄자와 비닐봉지, 수첩과 볼펜 그리고 담배 몇 개비가 불룩하게 들어 있다. 야생동물을 만나기 위해 늘 준비된 사람이다. : 최현명은 타고난?이야기꾼이고, 탁월한 야생동물 그림쟁이다. 오랜 야생 경험에서 녹아나온 것이기에 생동감이 넘친다. 늑대와 삵, 담비?같은 포식동물들을 얘기할 때 눈이 반짝인다. 우리는 그를 늑대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그와 함께?야생동물을 찾아 몽골 대평원을 달릴 때?온몸을 흔들어 대던 덜컹거림이 그리워진다. :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했던 그는 야생동물의 마음을 가장 잘 읽어내는 사람이다. : 야생의 흔적을 찾는 동물적 감각. 그는 세상보다 야생에 더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는 사람이 아니 무니다. 늑대이무니다.” : 어떤 생명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늑대를 이해하는데 가장 특화되고 진화한 사람이라면 단연 최현명이다. : 그와 가리왕산과 설악산을 함께 다닌 적이 있다. 혼자였으면 알지 못할 야생동물의 많은 흔적들을 그는 찾아냈다. 어디는 누가 뿔질했던 흔적이고, 어디는 멧돼지가 일 년쯤 전에 집을 지었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 경상도 말투가 섞인 강의는 투박하다. 그런데 말과 함께 칠판에 그리는 야생동물 그림을 보면 아이들은 금세 빠져든다. 아날로그 감성이 디지털 시대 아이들에게 스며든다. 그의 강의는 늘 그립고 기다려진다. : 남들은 평생 한 번 가보기도 힘든 몽골이나 러시아 오지를 찾아다니며 늑대와 표범, 호랑이를 연구하고 기록하고 그 무용담을 들려주는 이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자연은 정복하고 개척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몸소 증명할 것이다. : 그는 야생동물은 예민해서 작은 소리에도 도망간다며 혼자서 일찍 나간다. 달랑 물 한 병만 들고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오기도 한다. 그가 다녀오면 동물 굴이나 둥지 같은 촬영할 거리가 생긴다. : 그는 아침이면 몽골 초원이나 야생의 숲으로 사라지고 없다. 한밤중에 돌아온 그의 배낭에는 동물 뼈나 배설물, 짐승털이 가득하다. : 머나먼 중국 내몽골 초원에서 밤이나 낮을 가리지 않고 풍찬노숙하며 늑대를 쫓아다니던 그날이 어제 같은데, 어느덧 15년이란 기나긴 세월이 흘러서야 우리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게 되었구나. 축하라기보다 다행이라 함이 더 적절한 말인 듯하다. 잊지 못할 고생도 굶주림도 다 순간이고 다 지나가고 만다. 남는 것은 기억뿐이다. 책은 기억을 품고 너와 나보다 더 오래 오래 이 세상에 남아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한 순간이라도 놓칠세라 쫓아다니던 그 어미 늑대를 다시 찾았다. 우리 사진첩 속에서 잠자고 있던 그 늑대가 다시 살아나 우리에게 그리고 아마도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자기 이야기를 하며 인간에 못지않은 협동정신과 자기희생정신을 지녔음을 당당하게 알려 줄 것이다. 갑자기 그 어미 늑대의 새끼 일곱 마리도 궁금해지는구나. 어미 늑대는 늙어서 이미 사라졌을까? 하지만 그 새끼들은 오늘도 험한 환경 속에서 굳건히 살아가고 있으리라 믿는다. 인류가 자기 잘못을 돌아보고 작은 공간이라도 그들에게 내 주었으면. 이 책이 그날을 하루라도 앞당겨 주었으면 한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서울신문 2019년 6월 27일자 - 문화일보 2019년 6월 28일자 - 조선일보 2019년 6월 29일자 '북카페' - 한겨레 신문 2019년 8월 11일자 '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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