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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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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종묘에 사는 너구리 기억이는 낯선 흔적을 발견했다. 기억이 가족의 영역에 다른 침입자들이 나타난 거였다. 너구리는 침입자들로부터 종묘를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가람 할아버지가 말하길 아주 오래전, 일본 사람들이 종묘에 쳐들어와 너구리들을 힘들게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기억이는 사람들이 버린 일회용 컵을 모자로 쓰고, 빨대를 창처럼 들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과연 기억이는 종묘에 나타난 침입자들로부터 종묘를 지켜낼 수 있을까?
: “재미와 지식이 공존하는 작품.”
종묘에 가면 너구리를 만날 수 있다. 종묘 너구리는 다큐멘터리에도 등장한 바 있고, 종묘를 다룬 행사에서 캐릭터로 활용되기도 한다. 일제 강점기 때 창경궁과 종묘가 분리되며 너구리의 삶이 팍팍해졌다. 생태계의 분리는 여러 가지 문제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다행히 창경궁과 종묘를 잇는 공사가 이뤄져 생태계가 복원될 가능성이 열렸다. 이 작품은 그런 시대적 배경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정명섭 작가의 첫 그림책이다. 정명섭 작가는 『미스 손탁』, 『어린 만세꾼』, 『소년 강감찬과 호랑이 대소동』 같은 선이 굵은 역사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주로 써 왔다. 이번 그림책은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나는 정명섭 작가와 함께 종묘를 돌아본 적 있었다. 그때도 너구리가 살짝 나타났었는데, 그림책에서 종묘 너구리를 다시 만나니 반갑다. 아마도 이 작품을 읽고 종묘에 가면 내가 지금 느낀 감정을 독자들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림을 그린 김효찬 작가는 『새내기 왕 세종』, 『어린 장자』, 『골목의 시간을 그리다』 등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 왔다. 김효찬 작가는 확실히 한국적인 그림을 잘 그린다. 그런 김효찬 작가가 정명섭 작가의 글을 그림책으로 만드는 작업에 함께했다. 『종묘 너구리』에는 종묘라는 역사적 공간, 생태계라는 환경과 과학 개념이 잘 녹아 있다. 재미와 지식이 공존하는 작품인 것이다. 이 그림책은 재미로 읽어도 좋고, 역사를 공부하거나 생태계를 공부하며 읽기에도 훌륭하다. 이런 작품을 조금 먼저 만나 추천의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행운이다. 이런 작품이 더 많이 등장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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