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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구월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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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스크리브너스사의 전설적인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가 21년 동안(1919~1940년) 주고받은 편지 모음이다. 영화 [지니어스]의 주인공이기도 한 퍼킨스는 피츠제럴드와 어니스트 헤밍웨이, 토머스 울프 등 최고의 작가들을 키워낸 천재 편집자다. [지니어스]가 퍼킨스와 울프의 이야기였다면 <디어 개츠비>의 주인공은 피츠제럴드와 퍼킨스다.
마음산책이 국내 초역으로 소개하는 <디어 개츠비>는 단순한 개별 편지의 나열이 아니다. 작가와 편집자 사이에 꾸준히 오간 긴 '대화'다. 이들의 육성은 영문학사를 비추는 거울이나 다름없다. 편지를 읽어나가다 보면 피츠제럴드가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하게 된 과정과 함께 동시대 작가들의 동향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다. 개츠비 탄생의 비화, 헤밍웨이와 평론가의 육탄전 같은 흥미진진한 문학계 뒷이야기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영미문학의 신화적 존재인 피츠제럴드의 지극히 인간적인, 내밀한 고백을 엿들을 수 있다. 옮긴이의 말
: 균열과 모순으로 가득 찬 인생을 이해하기 위해,
이 편지들은 그 부족함을 채워줄 것이다 우리의 눈동자는 사물의 표면만 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머리는 그 내면을 읽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일들이 우리 짐작과는 꽤 다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우리는 대개 표면을 보고 내면을 오독한다. 작가의 삶에도 내면과 표면이 있다. 표면만의 작가라고 할지라도 아무런 문제는 없다. 작가가 공들여 쓴 것은 그의 표면이지 내면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면은 작가가 쓰는 게 아니다. 그것은 저절로 쓰인다. 작가가 공들여 쓴 것과 저절로 쓰인 것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세상사가 짐작과도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될 때 우리 영혼이 조금 자라듯 이 간극을 확인할 때 인생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더욱 깊어진다. 그러므로 한 작가의 편지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발견했을 때, 깜짝 놀라기를. 그리고 자신이 왜 놀라게 됐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기를. “내게는 재능이 없습니다. 내 재능은 싸구려 재능입니다. 그것에 탐닉하기를 원한다면 말이지요. 싸구려 글은 쓸 수 있습니다.” 그의 소설은 눈부시게 훌륭하다. 표면을 읽는 것만으로도 흡족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균열과 모순으로 가득 찬 우리 인생을 깊이 이해하는 데 부족하다. 여기 실린 편지들은 그 부족함을 채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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