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외과의사의 고백을 담은 책. 저자 모하메드 카드는 의사이기에 겪어야만 했던 가슴 아픈 사건, 인간에 대한 연민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환자들의 얘기, 동료 의사의 얘기, 의료제도의 모순,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들 등 환자와 메스, 시를 사랑한 한 외과의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의사도 인간이라고 말한다. 상처받고 후회하고 스스로 무너지기도 하는. 병원이라는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조직에 속하면서 최고 권력층에 있지만 저자는 일반인의 시각에 가까운 눈으로 보건의료시스템의 모순과 비리,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의사의 모습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저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외과의사다. 그러나 그의 경력은 유별난 데가 있다. 레바논 이민 2세로 노동자 집안 출신이며, 매우 인문적인 사람이다. 항상 책과 음악을 곁에 뒀고, 기독교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슬렘으로 끊임없이 종교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암환자다. 병을 앓아본 사람이기에 누구보다 환자의 입장을 이해한다.
이 책은 한 명의 의사가 만들어지는 과정뿐만 아니라 병원이라는 조직에 속한 내부자로서 의사, 의료제도의 모순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또한 병원이라는 인생의 축소판에서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의학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또 의사라는 존재가 얼마나 나약한지를 보여준다.
최근작 :<이토록 불편한 바이러스> ,<툭하면 아픈 아이, 흔들리지 않고 키우기> ,<성소수자 - LGBT(Q)> … 총 76종 (모두보기) 소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번역가. 『툭하면 아픈 아이, 흔들리지 않고 키우기』, 『이토록 불편한 바이러스』, 『성소수자』(공저) 등을 썼고 『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 『뉴로트라이브』, 『현대의학의 거의 모든 역사』, 『치명적 동반자, 미생물』, 『면역』, 『재즈를 듣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로 제62회 한국출판문화상(번역 부문)을,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로 제4회 롯데출판문화대상(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모하메드 카드라 (지은이)의 말
있는 그대로 보자면, 이 책은 건강, 수술,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인상적인 순간과 추억을 모아본 것이다. 물론 이야기 속에는 나의 삶과 추억이 깃들어 있지만, 환자와 의사, 병원을 보호하기 위해 등장인물과 사건을 적당히 가공했다. 인물의 이름은 내가 직간접적으로 아는 모든 사람과의 유사성을 피하고자 최대한 노력했다. 책에 기술된 몇몇 환자는 내 환자가 아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여기 쓴 것은 매우 강렬하고 꼭 들려줘야 할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모든 이야기는 어떤 형태로든 실제 일어났던 일들이다. 이런 일들은 우리 보건시스템 안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동료의사가 추천하고 의사가 번역한 감동의 외과의사이야기
[제주도에서 온 편지]
저는 제주도 서귀포에서 소아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강병철입니다.
귀 출판사에서 출간된 <의학사의 이단자들(2004, 학술원우수도서 선정)>을 읽고 상당한 감명을 받았습니다. …(중략)… 제가 최근에 읽은 아주 좋은 책이 있어 귀사에 소개할까 합니다. 원제는 <Making the cut>이라는 책인데 호주의 외과의사가 쓴 책입니다. 무엇보다 동업자로서 이 책의 내용에 깊이 공감합니다. 만약 귀사에서 출간한다면 제가 책임지고 번역을 하겠습니다. -제주도에서 강병철
차가운 메스를 들고 뜨거운 삶을 사는 한 이방인 외과의사의 진실한 휴머니티
「종합병원」에서 「하얀 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올해 방영될 「카인과 아벨」에 이르기까지 의학드라마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의사, 특히 외과의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사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어려운 존재이고, 병원이라는 좁은 공간은 삶의 희노애락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당장 칼로 환자의 배나 가슴을 열어젖히고, 피범벅이 된 채 찢고, 꿰매고, 떼어내면, 그 자리에서 삶과 죽음이 판가름 나는 외과의사의 일상은 외부인들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극적인 사건들로 가득한 것이다.
최근에는 의료서비스의 부실과 그로 인한 의료분쟁이 늘어나면서 부정적 인식과 환자를 돈으로 본다는 반감이 커지면서 병원, 나아가 의사에 대한 불신은 점점 커지고 있다.
또 우리는 의사에 대해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인다. 즉 많은 돈을 벌고 사회적 지위도 높은 의사를 부러워하면서도 또 자신이나 가족이 아플 때는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사들이 돈벌이에만 매달린다고 비난한다.
이 책은 진정한 의사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문제에 해답을 던져준다.
그들은 인간이고 환자를 사랑하고 질병에 저항한다. 그것이 원래의 의사다.
<메스를 들고>의 저자 모하메드 카드라는 의사도 인간이라고 말한다. 상처받고 후회하고 스스로 무너지기도 하는. 병원이라는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조직에 속하면서 최고 권력층에 있지만 그는 일반인의 시각에 가까운 눈으로 보건의료시스템의 모순과 비리,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의사의 모습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이 책은 한 외과의사의 고백이다. 의사이기에 겪어야만 했던 가슴 아픈 사건, 인간에 대한 연민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책에 소개된 환자들의 얘기, 동료 의사의 얘기, 의료제도의 모순,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들은 의사에 대해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나는 외과의사가 되기 위해 태어났다
이 책의 저자 모하메드 카드라 박사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유명한 외과의사다. 그러나 그의 경력은 유별난 데가 있다. 우선 그는 레바논 이민 2세로 노동자 집안 출신이며 매우 인문적인 사람이다. 항상 책과 음악을 곁에 뒀고 기독교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슬렘으로 끊임없이 종교적인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으로, 그는 암환자다. 병을 앓아본 사람이기에 누구보다 환자의 입장을 이해한다.
인턴생활에서부터 레지던트, 전문의에서 현역을 은퇴하여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모르는 의사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저자는 책 속에서 동료 의사들 그리고 환자들과 겪는 일화들을 현실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저자가 첫 수술에서 너무 긴장해 실수하는 장면이나 성전환자의 수술을 한 후 그의 여성성을 인정하는 모습은 외과의사로서의 자부심과 소명감을 느끼게 한다.
차가운 메스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길을 택했지만 저자는 따듯한 감성을 결코 잃지 않는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에 가장 완벽해야 하지만 사람이기에 실수도 하고 죽음의 위협에 두려워한다. 환자의 태도에 따라 진료 태도가 달라지는 것도, 감정에 따라 흔들리기도 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책에 등장하는 의사의 모습은 높은 도덕성을 가진 선인이 아니다. 물론 환자를 생각하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도 있지만, 의료 기술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마약에 중독되어 스스로 몰락해가는 의사도 있다.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동료를 배신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떠넘기기도 한다.
책은 병원이라는 인생의 축소판에서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의학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또 의사라는 존재가 얼마나 나약한지 보여준다.
병원이라는 존재도 사람이 만든 것이기에, 의사도 사람이기에 불완전하고 작은 일에 무너질 수 있다. 그러나 모하메드 카드라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여기 자신과 환자를 위해 결코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외과의사가 있다!
에피소드 1-‘스칼펠’. 나는 전 세계 수많은 병원에서 매일같이 서로 다른 수백 가지 언어로 불릴 유서 깊고도 상투적인 이름을 되뇌어보았다. 내 손으로 직접 첫 번째 수술을 할 기회를 막 얻은 참이었다. 의대 동기인 다른 인턴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한 해 선배인 레지던트들 대부분이 집도의를 보조하는 역할조차 배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매년 가장 헌신적이고, 야심만만하며, 부지런한 인턴 한 명에게 첫 수술의 특전이 주어지는 것이다.
병원 근무를 시작한 첫해였다. 의대를 졸업하자마자 나는 일찌감치 과장을 찾아가 외과에 대한 열망을 선언해버렸다. 가나에서 보낸 어린 시절, 내가 가장 좋아한 놀이는 곰돌이 인형을 수술하는 것이었다. 전선으로 부모님의 오디오에 인형을 연결하고 외과의사 흉내를 내곤 했었다. 겉감과 속을 절개하고 나면 바늘과 실로 꿰맬 차례였다.
의사도 실수를 한다
의사는 과연 완벽한 존재일까? 우리는 의사들에게 높은 도덕심을 요구하며 완벽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의사들도 실패하고 두려워한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기에 끊임없이 완벽을 추구하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압박감에 무너지기도 한다.
또한 의사들은 매일 죽음을 목격하고 생과 사의 갈림길에 있기에 죽음에 덤덤할 거라 생각하지만 의사들도 죽음을 피하고 싶어 한다.
환자가 죽으면 법적으로 곤란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해서 생명이 위급한 환자는 거부하기도 하지만, 단지 자신과 관련 있는 누군가가 죽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부담감을 느껴 피하기도 한다.
한편, 의사로서 책임을 다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또는 보호자의 요청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수술을 하거나 갈비뼈가 부러지도록 심폐소생술을 하는 쇼를 하기도 한다.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죽음을 가능한 피하고 싶다는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이런 압박감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힘겨워하다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도 하고 의사를 관두기도 한다. 의사를 완벽한 존재, 절대 실수하지 않는 존재라 생각하기보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사람의 생명을 다루지만 실수를 하기도 하는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고 조금은 관대한 눈으로 바라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에피소드 2-죽음에 둘러싸여 있다 보면 또 다른 죽음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법이다. 그날 밤, 그리고 매일 밤 나는 다른 몇 건의 사망선고를 했다. 어느 편이든 우리에게는 그저 또 하나의 숫자, 또 한 명의 환자, 수술 대기자의 긴 명단에서 또 하나의 이름이 지워지는 것에 불과했다. 모든 죽음에 일일이 신경을 쓰고 애도했다가는 일을 하나도 할 수 없다. 슬픔에 압도되어, 한 명의 기술자로서 나의 솜씨를, 썩은 곳을 도려내고 생명을 구하려고 타인의 몸속에 과감히 칼을 찔러 넣는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죽음을 깊이 성찰하는 외과의사는 똑바로 앞을 보지 않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줄타기 곡예사, 또는 투우장에서 야수의 뿔에 대해 사색에 잠기는 투우사에 비유할 수 있으리라.
에피소드 3-복막염 수술을 하기로 되어 있는 다니엘 코델은 바로 옆 수술실 바닥에 누워 있었다. 팔에 지혈대를 감은 후 능숙한 솜씨로 정맥 주사를 했다. 그리고 환자에게 일정한 양의 약물을 주입할 때 쓰는 주사기 펌프를 연결했다. 환자들에게 주사하고 남은 약과 주사기를 몰래 모아두었던 것이다. 그는 짜릿한 순간을 기다렸다. 그러나 다니엘은 주사기 속의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았다. 그가 연결한 주사 펌프 속에는 고통을 가라앉혀줄 마약 대신 신경근차단제가 가득 들어 있었다. 그는 침묵 속에서 죽어갔다.
병원은 착한 사마리아인이 아니다
이 책은 한 명의 의사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보여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병원이라는 조직에 속한 내부자로서 의사, 의료제도의 모순을 말한다.
의료수가를 맞추기 위해 하지 않아도 되는 수술을 권하고 피로에 절어 그저 기계적으로 수술하기도 한다. 의료보험으로 치료해주는 대신 수련의사들의 실험체가 될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들, 실력 있는 간호사들이 환자를 돌보는 대신 행정직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
일반인은 쉽게 알 수 없는 감당하기 힘든 불의와 모순, 병원의 시스템적 부조화, 의료제도의 모순이 날것 그대로 드러난다.
저자는 이 책을 보건의료시스템 사용자 설명서로서 읽으라고 한다. 의사의 입장, 환자의 입장, 보건제도의 입장 등 많이 알수록 우리는 이 거대한 구조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다.
보건의료시스템은 복잡하고 세분화된 영역으로 나뉘며, 환자보다 병원의 입장을 더 반영한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 주도권을 찾아야 한다.
우리 가까이 있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 의사들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자신들의 치부, 제도에 관한 비판적 시선을 담았지만 저자는 결코 따뜻한 시선을 포기하지 않는다. 가장 살벌하고 치열할 수 있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 그렇기에 그는 의사라는 직업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한다.
에피소드 4-아침 회피게임은 가장 급박한 것으로 능숙해지려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규칙은 간단하다. 병동에서 되도록 많은 환자를 보되, 전문의가 기다리지 않도록 8시까지 수술장에 가야 한다. 이 게임을 잘하는 비결은 저녁 7시 이후 수술장에서 나올 때까지 그 환자가 살아 있으리라 확신할 수 있는 시간만큼만 할애하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외과에서는 의사 하나가 30명의 환자를 맡는다. 이미 수술받은 환자도 있고, 대기 중인 경우도 있다. 간호 교대 시간은 아침 7시다. 감히 이 시간을 방해할 수는 없다. 간호사 하나를 대동하고 병실 회진을 돌려면, 빨라야 7시 반이다. 따라서 아침 회피게임에 허용되는 시간은 30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