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로점] 서가 단면도
|
국제 분쟁 전문가이자 《불타는 세계》 《제국의 미래》 저자인 에이미 추아 예일대 로스쿨 교수의 신작으로, 오늘날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립'과 '혐오'의 원인을 기존의 좌우 구도가 아닌 '부족주의'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책이다. 저자는 지금까지 미국이 부족주의를 간과하고, 냉전 프레임으로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을 보는 바람에 전쟁에서 패배한 것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부족적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아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집단 본능'은 '소속 본능'인 동시에 '배제 본능'이다. 집단 본능으로 갈라진 부족과 기록적인 수준의 불평등이 결합하면서 세계에서는 '정치적 부족주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책에서 주로 설명하는 미국 내 '부족주의의 부상'과 '정체성 정치'의 갈등 상황은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이 가능하다. 기존에 재산의 유무, 지역 갈등, 세대 차이에 따라 좌파와 우파가 거의 정확하게 갈렸던 한국 사회도 몇 년 전부터 해석이 되지 않는 '이상 수치'들이 발견되고 있다. '강남 좌파'를 신호탄으로 이제 경제 및 교육 수준, 종교, 젠더 등 정체성의 대결이 좌우 대결을 압도한다. 오늘날 정치 구도는 이해관계가 아니라 '당신은 어떤 부족에 소속되어 있느냐'에 따라 갈라진다. 정확한 수치와 연구 자료, 수많은 논거들을 통해 저자가 알려주는 부족주의의 동학을 알고 나면, 한국 사회의 분열이 좀 더 명확하게 보일 것이다. 프롤로그: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 008
: 정치가 '선한 우리 부족'과 '악한 저들 부족'의 전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한국에도 많다. 그런 정치는 충성심 강한 부족민들 말고는 누구의 가슴도 뛰게 하지 않는다. 4년 전의 우리는 이러지 않았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는 부족주의를 넘어서는 보편성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헌법과 법률에 구속되는 통치, 특권과 반칙이 없는 시스템, 생명을 기본권으로 소중히 다루는 국가를 요구했다. 그리고 이 모든 보편적인 요구에 공감하는 동료 시민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축제였다. 정치가 부족주의를 넘어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호소할 때 차오르는 역동성과 감정적 고양이 무엇인지, 우리는 이미 안다.
정치가 더 나아져야 한다고 믿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치가 왜 나빠졌는지, 어떻게 해야 나아질 수 있는지 설명하는 언어가 필요하다. 적절할 때 적절한 렌즈를 에이미 추아가 갖고 왔다. : 기득권들의 그릇된 위기감이 나쁜 부족주의로 등장하는 미국의 모습은 한국 사회의 현재이기도 하다. "저 인간들 때문에 내가 차별받잖아!"라는 혐오의 목소리는 곳곳을 부유한다. 성차별을 깨자면 '남성이 더 피해자'라면서 으르렁거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돕자면 '열심히 공부한 정규직의 박탈감'은 어떻게 보상할지를 따져 묻는다. 서울과 지방이 구분되고 아파트 평수와 집값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를 향유하는 집단이 자기 계산기 두들기며 살아가는 공간이 무탈할 리 없다. 진보와 보수, 남자와 여자, 부자와 빈자, 청년과 기성세대 등 사회 현상을 이분법적으로 분석하는 시대는 끝났다. '부족주의' 개념만이 엉켜 있는 실타래를 풀어 준다. : 유려하고 읽기 쉽게 서술돼 있으면서도 통념에 중요한 도전을 제기하는 책이다. 에이미 추아는 부족주의, 그리고 그것이 수반하는 사회적 역기능과 폭력이 이제 전 세계에서 정상 상태가 됐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국가 정체성이라는 공동체 의식 덕분에 최악의 부족적 충동은 어찌어찌 막아왔다. 하지만 미국에도 문제가 일렁이고 있다. 정체성 정치가 좌파, 우파 모두에서 국가 정체성에 대한 합의를 뒤흔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에이미 추아의 책은 이에 대해 경종을 울리면서, 배타적인 정체성 지상주의의 원초적인 호소력을 거부하고 진정으로 가장 급진적인 개념, 즉 미국인들이 인종, 민족, 이데올로기의 차이를 넘어 더 큰 목적의식과 시민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개념을 다시 일구자고 촉구한다. : 오늘날의 정치적 병폐에 대해 도발적인 처방을 제시하는 책이다. 에이미 추아는 우리가 차이를 거부함으로써가 아니라 환영함으로써 집단간의 간극을 건너도록 촉구한다. : 시대를 초월하는 유의미성과 현재적인 시의성을 둘 다 갖춘 뛰어난 책이다. 베트남, 아프간, 이라크 등에서 미국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문제들을 겪은 요인을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국내의 상황에 대해서도 그에 못지않게 사려 깊은 분석을 제시한다. 에이미 추아는 생각을 도발하는 사상가이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 에이미 추아는 미국인들의 지적 생활에 불편한 존재다. 다른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금지 영역에 그녀는 정면으로 접근해 학문적 결과들과 솔직한 글을 내놓는다. : 치밀하고 통찰력 있는 이 책은 불온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희망을 전해준다. 또한 부족주의의 우선성을 재발견하고 그 의미에 대한 자각을 주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20년 4월 17일자 - 서울신문 2020년 4월 17일자 - 문화일보 2020년 4월 16일자 - 국민일보 2020년 4월 16일자 '책과 길' - 조선일보 2020년 4월 18일자 - 경향신문 2020년 4월 17일자 '책과 삶' - 동아일보 2020년 4월 18일자 '책의 향기' - 중앙SUNDAY 2020년 4월 18일자 - 한국일보 2020년 4월 24일자 '새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