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방송인, 서점 '책발전소' 대표) : 언제부터였을까, 우리가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선뜻 내 전부를 내어 주지 못하게 된 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은 주저앉은 모습들을 너무 많이 목도해버렸기 때문일까. '최선을 다해야 해, 오늘은 다했나? 내일은 다해야지.' 웅얼거리느라 끝내 웅크려져 버린 나에게 문보영 시인의 경쾌한 노력은 슬쩍 용기를 준다. 나도 내일은 준최선의 삶을 살아 볼까 보다. 아무것도 아닌 일을 지속하는 힘에 뿌듯해하고, 아주 작고 사소한 사랑을 주고받아야지. 어쩌면 또 안 될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도가 될 것이다.
박태근 : 최선을 다해도 기대한 결과를 얻기 쉽지 않은 세상에 '최최선'도 아니고 '준최선'을 제안하다니 무모하고 대책 없는 일이 아닐 수 없겠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다다른 곳에 무엇도 남아 있지 않고 '끝'이라는 한 글자만 엔딩 크레딧으로 올라간다면, 우리는 박수 치고 눈물을 닦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할 수 있을까. 문보영 작가가 전하는 '준최선의 롱런'은 어떤 기억도 감정도 정서도 덧붙일 수 없는 '최선의 끝'에 이르기 전에 지금 내가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느끼고 볼 수 있도록 가늠하게 한다. 준최선과 최선 사이의 알 수 없는 여지에 세상에 대한 기대와 흥미와 희망을 남긴다. 어쩌면 닿을 수 있을, 내키면 가볼 수도 있을, 무엇보다 그러지 않아도 무방할 세계를 그려낸다. 흡족하고 충분한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