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등단한 김경주 시인의 첫 시집. 시인은 2005년 대산창작기금을 받으며, "젊고 패기가 있다. 거침없는 언어들이 시적 효과 속에서 기운생동한다. 자유로운 의식이 자유로운 표현을 창조해내는 장면을 보는 듯하다." 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에서 읽히는 것은 '바람'의 상상력이다. 불고 있으되 보이지 않으며, 소리는 나되 침묵으로 들리는 바람. 시인에게 있어 바람은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이며 원처럼 연결되어 있는 순환 고리이다.
김경주 (지은이)의 말
고백하건대 시는 내게 현기증 같은 것이었다. 현기증은 내 몸으로 찾아온 낯선 몸의 시간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 사이를 오가며 서러워서 길바닥에 자주 넘어졌다. 그사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무수한 책들은 자살하지 않고 살아남았고 나는 여러 번 아버지가 되지 못했으며 눈이 외롭던, 기르던 강아지는 병으로 두 눈을 잃었다. 한 놈은 직접 내 손으로 버리기도 했다.
아들이 시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 수술 전 자궁의 3분의 1만이라도 남겨달라며 의사를 붙잡고 울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비근한 삶에 그래도 무겁다고 해야 할, 첫 시집을 이제 잠든 당신의 머리맡에 조용히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초대받은 적도 없고 초대할 생각도 없는 나의 창(窓). 사람들아 이것은 기형(奇形)에 관한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