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함께 두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씩씩하고 용기 있는 초등학교 3학년 두 아이의 이야기. 이유 없이 아이들을 때리고, 버럭 화를 내기로 유명한 싸움 대장 한결이 앞에 어느 날 새로운 짝이 나타난다. 보름달처럼 통통한 얼굴, 축 처진 눈꼬리, 영락없이 캐릭터 인형 엽기토끼를 닮은 김은실.
술만 마시면 집 나간 엄마가 간 곳을 말하라고 다그치는 아빠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한 초등 3학년 한결이, 운동을 못해 체육 시간이 너무도 무섭기만 한 은실이. 서로 다른 두려움을 간직하고 있는 두 아이가 서로 짝이 되어 만나면서 서로의 두려움을 보듬고, 극복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두려움을 언제까지나 두려움으로 남겨 두면 성장할 수 없다. 한 단계 한 단계 두려움을 딛고 일어서야만 성장할 수 있다. 아이들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계속 새로운 두려움과 마주하겠지만, 서로를 격려해 주는 친구와 함께 씩씩하게 그 두려움들을 극복해 가길 바라는 작가의 응원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이야기다.
차라리 혼자가 더 좋은데
놀라 자빠지게 한 선물
살금살금 아무도 몰래
드디어 기회가 왔다!
겁내지 마
자꾸만 네가 좋아져
이규희 (지은이)의 말
초등학교 때였어요. 우리 반에 아주 무서운 남자 아이 하나가 있었어요. 다른 아이들 보다 키도 한 뼘이나 크고 덩치도 우람한 아이였지요. 그 애는 툭하면 친구들을 때리고, 맛있는 걸 뺏어 먹고, 뭐든 제멋대로였어요. 얌전한 아이였던 나는 행여 그 아이의 비위를 건드릴까 봐 눈도 마주치지 않았어요. 길에서 그 아이를 보면 겁 많은 강아지처럼 슬금슬금 피해 다니고요.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네 집 앞을 지날 때였어요. 술에 취했는지 그 애 아빠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그 애를 마구 야단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곧 그 애가 후다닥 달려 나와 담벼락에 쪼그리고 앉아서 훌쩍훌쩍 우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요.
나는 그때 어렴풋이 깨달았어요. 그 애가 친구들에게 난폭하게 구는 건 마음속에 숨어 있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어쩌면 그 애도 누군가의 따스한 사랑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말이에요.
그런 일이 있고부터 나는 그 아이가 무섭지 않았어요. 엄마가 만든 찐빵이나 할머니가 주신 눈깔사탕을 가져다 그 애한테 줄 정도로 말이에요. 그러자 그 애는 마치 봄바람에 얼음이 녹듯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마치 이 책의 주인공 '한결이'처럼요.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오랜만에 어린 시절의 그 아이를 떠올렸어요. 아마 어디선가 밝고 늠름하게 잘 살고 있을 거라 믿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