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예찬>의 지은이이자 시인.소설가.문학평론가.방송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석주의 세 번째 서평집. 신문,잡지,방송 등 다양한 매체에서 책과 독자 간의 소통을 활발히 중개해온 그는, 이번 책에서도 풍성한 책들의 성찬을 풀어놓는다.
나름대로 선별한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책속의 책을 이야기하는 것이 주목할만한데. 가령 김훈의 *lt;남한산성>에서는 병자년 수십 만 청의 대군 앞에 선 인조의 ‘치욕’을, 박완서의 <호미>에서는 노작가의 ‘연륜’을,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에서는 치명적인 ‘삼각관계’를 사유하거나 읽어낸다. 전위, 감각, 공허, 죽음, 고통, 사랑, 청춘, 외로움, 일상 등 인생의 다양한 관심사가 책이라는 필터를 통해 다시한번 '읽어지는 것'이다.
장석주는 '책은 밥이자, 참을 수 없는 없는 유혹'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 책은 비단 삶을 풍성하게 하는 '무엇' 뿐이 아니라 삶 자체를 가능하게 하는 '무엇'인것이다. 이 책은 그러므로 책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책으로 인생을 사는 한 인간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꽃피고 새가 우짖는 섬에서는 뭍의 번잡과 흥망성쇠, 변해가는 날씨나 소문 따위에 휘둘리지 않아도 좋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자유 속에 방치된다. 그 한가로움과 무위 속에서 때로 놓친 끼니를 찾아먹듯 묵언을 하고 명상을 하면 그게 곧 피정이다. ...책읽기는 어디에서 이루어지든지 간에 그 장소를 피정의 장소로 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