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 시인의 시모음집. 시인은 스무 살 무렵 섬진강가를 따라 여행할 때 달빛 속에서 시를 읽고, 편지를 쓴 기억을 떠올리며 '달빛을 벗삼아 읽은 시'가 가장 아름다운 시이며, 그 속에서 우주에서 날아온 시간의 향기를 느꼈다고 말한다. 시인은 평소 이렇게 시를 읽다가 받은 감동을 자신의 따스한 필치로 담아냈고, 시가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독자들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시를 모아 시모음집을 펴냈다.
"시가 만灣 건너편 마을의 저녁 불빛만큼 따스하고 마을 주위에 머문 어둠만큼 푸르스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곽 시인이 선정한 시들은 따뜻한 이미지로 다가선다. 황지우, 정호승, 장석남, 김용택, 안도현(50명의 50편의 시) 등 현재 문단에서 사랑받는 시인들의 시와 백석, 신동엽 등 학창시절, '감동의 미학'을 일깨워준 시인들의 시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1부/오래된 사진관 벽에서 만나다
봉숭아꽃(민영)/첫사랑(진은영)/빵(류시화)/분홍색 흐느낌(신기섭)/우리 말고 또 누가 이 밥그릇에 누웠을까(김선우)/검정 고무줄에는(김영남)/민들레꽃 필 무렵(김소영)/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박철)/동해남부선(백무산)/목욕탕에서(고형렬)/봄밥(김경주)/하나씩의 별(이용악)
2부/산 세바스티안 가도를 걷고 싶었지
오래된 여행가방(김수영)/네모난 삼각형(김중)/코스모스(김진경)/촛불(김귀례)/하마단(현담)/초승달(나희덕)/쇠똥구리(이산하)/내 살던 옛집 지붕의 갸륵함에 대해서(장석남)/벨기에의 흰 달(황학주)/간장 달이는 냄새가 진동하는 저녁(장석주)/함남 도안(백석)/달밤에(이시형)
3부/심야영화관의 외로운 맥주파티
강(황인숙)/지하철에서1(최영미)/밥 먹는 법(정호승)/그대가 두 손으로 국수사발을 들어올릴 때(고정희)/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강제윤)/책꽂이를 치우며(도종환)/사람들(천양희)/네가 그 위에 앉아 있을 때(이선영)/길의 세탁소(이찬)/13평의 두 크기(유안진)/종이학(노향림)/거룩한 식사(황지우)/자, 케이크 나눠드릴게요(김윤이)
4부/은하수가 머무는 호숫가
그림엽서(김승희)/추억(김규동)/봄(최윤진)/고슴도치는 함함하다(신현정)/3월에서 4월 사이(안도현)/좋은 언어(신동엽)/파안(고재종)/시를 쓰다가(김용택)/까치밥(김형오)/눈 덮인 마을(신위)/그리운 날(최하림)/이름이 그 남자를 밀고 간다(한명희)/고요(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