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대의 예술 범죄사건’이라 불리는 세게무역센터 고공횡단에 관한 숨 막히는 기록을 담은 책. 1974년 8월 7일 아침 6시 45분, 미국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사이의 줄 위에서 한 남자가 한 시간가량 앞뒤로 걸어 다니고, 춤을 추고, 무릎을 꿇거나 줄 위에 누웠다. 작가 폴 오스터가 ‘고공 줄타기의 예술가’라는 이름을 바쳤던 프랑스인 줄꾼 필리프 프티의 기습 공연이었다.
책은 반항의 시인 필리프 프티가 열여덟 살이던 1968년 겨울 파리의 한 치과에서 에펠탑보다 100미터 더 높은 110층짜리 쌍둥이 빌딩에 관한 짤막한 신문기사를 읽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불가능한 계획에 대한 꿈을 키워 스물네 살에 그 꿈을 이루기까지 여섯 해에 걸친 여정을 보여준다.
필리프 프티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사이에서의 잠깐의 줄타기를 위해 6년이라는 시간을 바쳤다. 치밀한 계획과 준비, 끝없는 수정, 도전과 좌절이 거듭되는 시간, 공범을 찾고 설득하고 거절당하며 또 사람을 찾아다니는 시간 등 지루하고 진땀나는 시간을 버텨낸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책은 필리프 프티의 목소리로 도전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김이경 (『시의 문장들』의 저자) : 낙방생을 위하여
김애리 (「십대, 책에서 길을 묻다」 「책에 미친 청춘」 저자) : 당신은 얼마나 뜨거운가?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20세기 최대의 예술 범죄사건’이라 불리는
세계무역센터 고공횡단에 관한 숨막히는 기록!
줄과 장대와 몸뚱이만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사람이 있었다. 1974년 8월 7일 아침 6시 45분, 미국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사이의 줄 위에서 한 남자가 한 시간가량 앞뒤로 걸어 다니고 춤을 추고 무릎을 꿇거나 줄 위에 누웠다. 이 믿기지 않는 광경에 분주히 길을 재촉하던 수많은 뉴욕 시민들도 발길을 멈춘 채 넋을 잃고 쳐다보고 말았다. 작가 폴 오스터가 ‘고공 줄타기의 예술가’라는 이름을 바쳤던 프랑스인 줄꾼 필리프 프티의 이 ‘기습 공연’은 닉슨 대통령의 사임 소식을 제치고 다음날 신문 1면에 실렸다.
《나는 구름 위를 걷는다》는 ‘반항의 시인’ 필리프 프티가 열여덟 살이던 1968년 겨울 파리의 한 치과에서 에펠탑보다 100미터 더 높은 110층짜리 쌍둥이 빌딩에 관한 짤막한 신문기사를 읽은 뒤 ‘불가능한 계획’에 대한 꿈을 키워 스물네 살에 그 꿈을 이루기까지 여섯 해에 걸친 여정을 기록한 오디세이다.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 횡단(1971) 및 호주 시드니 항 철교 횡단(1973) 등의 기습 공연으로 노하우를 축적한 그는 1974년, 드디어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필리프 프티는 그곳에서 한창 마무리 공사 중인 세계무역센터를 관찰 . 조사하는 한편, 수십 번에 걸친 시뮬레이션과 연습을 통하여 그 불가능한 작전의 난점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다.
1974년 8월 6일, 드디어 작전은 시작되었다. 필리프 프티를 비롯, 이 작전에 힘을 보탠 그의 친구 셋은 세계무역센터 줄타기에 필요한 장비를 싣고 길을 나섰다. 그들은 그 장비들을 화물로 위장하여 빌딩 내에 일단 숨겨놓는 한편, 자신들도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는 저녁 시간까지 숨어 기다리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비원의 눈을 피해 쌍둥이 빌딩 사이에 줄을 거는 동안 날은 밝고 어느덧 아침이 되었다. 필리프 프티는 준비해온 옷으로 갈아입고 스웨터 안쪽에 여권과 2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접어 넣은 채 균형장대를 들고 줄타기를 시작한다.
한쪽은 산더미. 내가 아는 생.
다른 쪽은 구름의 우주, 미지의 것으로 가득하여 우리 눈에는 텅 빈 것으로 보이는 세계. 너무 큰 공간.
두 발과 줄 하나. 그것뿐.
줄이 기다린다.
속에서 터져 나오는 아우성이 나를 덮친다. 달아나고픈 강렬한 갈망이.
그러나 너무 늦었다.
줄은 준비되었다.
심장이 저 줄에 꽉 눌려 심장박동이 두근두근 메아리치고, 또 메아리치면서 일어나는 생각을 저승으로 내던진다.
나머지 발이 단호히 줄 위로 올라간다.
(234-235p)
필리프 프티의 이 우아한 고공 줄타기는 ‘불법’이라는 이유로 뉴욕 경찰들에게 구속됨으로써 일단락되었지만 이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비범한 예술적 성취로 재평가되었다.
세계무역센터 완공 후, 그는 자신이 출발했던 지점의 빔에 서명자로 초청받았으며 세계무역센터 계획을 총괄한 기 F. 토졸리 총재는 평생 유효한 VIP 통행증을 그에게 수여하였다.
그후 이 이야기는 책, 연극, 다큐멘터리 영화 등으로 만들어져 불가능함에 도전하는 자유로운 예술정신을 전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렸다.
2007년 <뉴요커> 지는 필리프 프티가 그라운드 제로 위 허공에서 장대 하나를 손에 쥔 채 줄타기하는 모습을 표지로 담았다. 9?11이라는 비극의 현장에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만드는 그 표지는 미국잡지발행인협회(MPA) 주최의 베스트 커버 어워즈 선정 ‘올해의 커버’로 선정되기도 했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는 할 것이다.
필리프 프티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사이에서의 잠깐의 줄타기를 위해 6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바쳤다. 치밀한 계획과 준비, 끝없는 수정, 도전과 좌절이 거듭되는 시간, 공범을 찾고 설득하고 거절당하고 협잡에 넘어가고 다시 또 사람을 찾아다니는 시간, 몰래 숨어들어 정보를 수집하고 숨죽인 채 염탐하는, 지루하고도 진땀 나는 저 시간을 버텨낸 것은 무엇이었을까? 몽상? 무모함? 투기? 편집증? 발 한 번 잘못 디디면, 아니 숨 한 번 잘못 쉬면 성공은커녕 목숨까지 끝장날 단 한 번의 줄타기를 위해 6년을 바친 사람. 그를 무엇으로 불러야 할까? 몽상가? 모험꾼? 환자? 필리프 프티는 그런 자신을 ‘질긴 종자’라고 불러도 좋다고 호기롭게 말한다.
왜? 그의 도전과 성취를 존경하면서도 쉽사리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수없이 받아온 질문, 도대체 왜 이런 일을 하는가? 필리프 프티는 이렇게 답한다.
“나는 오렌지가 세 개 있으면 곡예를 하고, 건물이 두 채 보이면 줄타기를 하는 사람입니다!”
필리프 프티는 지상에 붙박인 채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운명을 거부하고 신들과 새들만의 영역이었던 높은 상공 위에 자신의 숨소리를 남긴다.
절반은 기술자, 절반은 시인, 머리가 둘 달린 정신 나간 존재가 아니고서야 그런 어마어마한 모험에 기꺼이 자기를 구속시킬 자가 있겠는가?
나는 내 꿈에 감금된 죄수다.
아니, 나는 이 순간 이 세상에 부러울 것 하나 없는 아이다.
(54p)
줄타기꾼이여, 그대의 두 발을 믿으라!
두 발이 그대를 인도하게 하라. 그들이 길을 안다.
(237p)
필리프 프티는 사람들로부터 훗날 “그이는 구름 위를 걷는 사람이었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책의 말미에 ‘추모의 글’을 더해 2001년 9월 11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을 추모한다. ‘코메라 도베라’(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그는 쌍둥이 빌딩이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그러나 약간 꼬아 창조적인 멋을 살짝 가미한 모습을 상상한다. 쌍둥이 빌딩이 나란히 구름을 간질이는 그날 그는 다시 줄타기에 나서겠다고 다짐한다. 쌍둥이 빌딩 다시 세우기에 나선 이들의 하나된 목소리를 싣고, 다함께 고공의 승전가를 부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