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꿈 아래 감춰진 냉혹한 현실을 묘사한 추리소설. 틀에 박힌 권선징악의 구도를 깨뜨리고, 완전범죄가 성공하는 과정을 담담히 풀어간다. 프랑스의 여성 작가 카트린 아를레가 1956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전문가와 마니아들이 손꼽아 추천하는 추리소설의 고전 목록에 단골로 등장한다.
독일 함부르크에 사는 34세의 여성 힐데가르트는 전쟁으로 부모와 일가친척을 모두 잃는다. 패전국의 비참한 일상, 아무런 꿈도 보이지 않는 암울한 미래. 그 무기력한 현실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던 그녀는 어느날 신문에서 신붓감을 찾는 억만장자의 공고를 발견한다. 칸으로 날아간 힐데가르트는 억만장자의 비서 안톤 코르프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골골하는 73세의 노인, 그러나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부호인 칼 리치먼드의 마음을 사로잡아 결혼하도록 해주겠다는 것. 반평생을 모셔온 자신이, 어떻게 하면 그 노인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가르쳐주겠다는 제안이다. 성공할 경우 유산 상속에서 20만 달러를 보장받는다는 조건으로. 소설의 줄거리 속에는 영웅적 활약을 보이는 탐정이라곤 그림자도 비치지 않고, 사법기관은 범죄자가 쳐놓은 덫에 보기 좋게 걸려들며, 초반에 독자의 공감을 사며 감정 이입의 대상이 되는 주인공은 처참하게 몰락한다. 이렇듯 대중소설이 지향하는 특성들을 취하지 않은 작품이면서도 세계 26개 언어로 번역될 만큼 인기를 끌었고, 숀 코너리와 지나 롤로브리지다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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