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새로운 대표작 『하얼빈』이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어느덧 누적 판매 30만 부를 돌파했다. 이를 기념하여 선보이는 이번 리커버 에디션은 일본의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기차가 머나먼 대륙 저편에서 육박해오는 듯한 중량감을 표지에 담았다.
각자의 이익과 진영에 입각한 무수한 전쟁이 매일같이 벌어지는 지금,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그의 살아 있는 몸과 말과 청춘에 초점을 맞춘 김훈의 이 소설은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인간으로서 또다른 한 인간을 살해하는 중죄를 범하는 것을 무릅쓰고 ‘동양 평화’를 온 세상에 외친 안중근의 궤적은 몸과 마음의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염원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일깨운다.
하얼빈 _007
후기·주석 _281
작가의 말│포수, 무직, 담배팔이 _301
김훈 (지은이)의 말
한국 청년 안중근은 그 시대 전체의 대세를 이루었던 세계사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서 있었다. 그의 대의는 ‘동양 평화’였고, 그가 확보한 물리력은 권총 한 자루였다. 실탄 일곱 발이 쟁여진 탄창 한 개, 그리고 ‘강제로 빌린(혹은 빼앗은)’ 여비 백 루블이 전부였다. 그때 그는 서른한 살의 청춘이었다.
(…)
안중근을 그의 시대 안에 가두어놓을 수는 없다. ‘무직’이며 ‘포수’인 안중근은 약육강식하는 인간세의 운명을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고 있다. 안중근은 말하고 또 말한다. 안중근의 총은 그의 말과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