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10년 이하의 젊은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 중 가장 눈부신 성취를 보여준 작품에 수여하는 젊은작가상. 지난 10년간 독자들과 상호작용하며 굳건한 신뢰를 쌓아온 이 상이 2020년대로 진입한 첫해 새로이 호명한 수상자는 강화길 최은영 이현석 김초엽 장류진 장희원이다. 다시 한번 젊은작가상을 거머쥔 작가들의 탄탄한 행보와 낯선 기대를 품게 하는 신예 작가들의 신선한 기운이 한 권의 책 속에서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강화길의 '음복(飮福)'은 가부장제하에서 모든 갈등을 간파해야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아내의 삶을 아무것도 모를 수 있는 권력을 지닌 남편과 날렵하게 대비하며 전 세대 여성을 옭아매고 있는 거대한 구조를 들춰낸다. 새댁으로서 처음 참석한 시가 제사에서 낯설고 비호의적인 상황에 놓여 난처해하는 와중에도 한 가족의 갈등의 내력을 꿰뚫어보는 화자의 기민한 감각은 모든 여성들의 생존을 위한 공통감각이기도 하다는 것을 드러내 보이는 이 작품은 “한 번 읽었을 때보다 두 번 읽었을 때 가부장제 구조의 둔중한 배음(背音)이 서늘하게 들려오는 큰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대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대상 강화길 음복(飮福) … 007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053
이현석 다른 세계에서도 … 103
김초엽 인지 공간 … 153
장류진 연수 … 191
장희원 우리〔畜舍〕의 환대 … 237
: 강화길이 여기까지 왔다. 더 아프고 시린, 생채기가 덧나고 아물고 다시 그렇게 되기를 반복한, 생의 표면에 새겨진 유구한 주저흔을 이토록 태연한 저주파의 배음으로 재생하고 있다. 강화길은 이제 어디로 가려는가. 나는 조마조마한데, 이보다 더 두근거리는 기다림은 드물다는 걸 알고 있다. - 강화길, 「음복(飮福)」
: 힘겹게 통과한 청춘의 시간은 곧 욕망과 상처와 죄의식과 분노, 고통의 연대의식, 수치심 들이 온 힘을 다해 살아낸 시간이며 그 아픔과 슬픔과 부끄러움들이 바로 빛으로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혼탁하고 무기력한 현실을 강한 환기력으로 흔들어 다시금 살아갈 힘을 준다는 것을, 인간으로서의 예의와 품격을 지켜나가게 한다는 것을 단정하고 예민하고 뜨거운 글쓰기로 보여주고 있다. -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전후의 뜨거운 논쟁들을 섬세하고 엄정한 시선과 감수성으로 갈무리해낸 소설이다. 임신중지를 선택한 여성이 모성에 얽매여 고통스러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에 이르는 과정이 설득력 있다. 삶의 층위에서 발생하는 딜레마를 간단히 처리하지 않은 균형감도 돋보였다. - 이현석, 「다른 세계에서도」
: 한 개인을 세계에서 지워버리는 무신경함이 곧 우주의 무한함을 감각하지 못하는 무지함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를 기이한 전율에 잠기게 한다. 세계가 깜박할 만큼 작고 사소한 존재에게 온 우주의 무게를 실어 그 존재 증명을 해내는 것이 소설의 역할이기도 하다는 걸 김초엽은 이번에도 다시 한번 우리에게 알려준다. - 김초엽, 「인지 공간」 김초엽, 「인지 공간」
: 장류진씨의 서사는 어떤 장식도 우회도 없습니다. 너절한 것은 너절한 대로 고급진 것은 또 그대로, 삶이 날것 그대로 살아 있어서 신통하게 느껴집니다. 장차 장인이 될 작가의 풋풋한 젊은 시절을 미리 보는 것 같아 신기함은 놀라움으로 바뀌었습니다. - 장류진, 「연수」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방>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다른 사람》 《대불호텔의 유령》, 중편소설 《다정한 유전》, 소설집 《괜찮은 사람》 《화이트 호스》 《안진 : 세 번의 봄》 등이 있다. 한겨레문학상,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젊은작가상, 백신애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 및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방금 떠나온 세계』, 중편소설 『므레모사』,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 『파견자들』, 논픽션 『사이보그가 되다』(공저), 산문집 『책과 우연들』 『아무튼, SF게임』 등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