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영하의 강력 추천을 받으며 화제가 된 김은성 작가의 만화 <내 어머니 이야기>의 개정판. 사십대에 만화를 시작한 작가가 팔십대 실향민 어머니의 구술을 바탕으로 십 년에 걸쳐 그린 이 만화는 굴곡진 한국 근현대를 헤쳐온 한 여성의 일생을 담고 있다. 2014년 완간되었다가 절판된 작품을 새로운 편집과 디자인을 입힌 개정판으로 다시 소개한다.
<내 어머니 이야기>는 총4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일제 강점기의 함경도 북청을 배경으로, 당시의 생활상과 유년 시절 어머니(어린시절 호칭은 ‘놋새’)의 집안사가 그려진다. 2부에서는 놋새가 원치 않은 혼인과 동시에 광복을 맞이하고, 이윽고 6.25전쟁으로 인해 피난민이 되어 남한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이 실렸다.
3부에서는 거제 수용소에서의 피난민 시절을 거쳐 논산에 터를 잡은 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 놋새의 삶이 그려진다. 4부에서는 70년대 말 서울에 올라온 뒤의 가족사가 펼쳐지는데, 대학생으로 성장한 딸(작가)의 이야기가 어머니의 이야기와 맞물려 진행된다.
이 책의 백미는 철저히 재현된 함경도 사투리이다. 저자는 십 년에 걸쳐 어머니의 이야기를 녹취하여 이 만화를 그렸는데, 모든 대사와 내레이션에 구술자인 어머니의 입말을 최대한 살렸다. 입에 착 달라붙는 사투리는 함경도 마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실감나서 독자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한다. 작가는 녹취 외에도 어머니의 과거 사진과 가족의 편지 등 실제 기록을 이야기의 재료로 적극 활용하여 이야기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김은성 (지은이)의 말
“복간을 준비하느라 만화를 다시 읽어보니 엄청 꼼꼼하고 생생하다. 만화를 만들면서 이야기의 꽃을 피웠던 때가 떠오른다. 또 생각보다 적나라하다. ‘아니 이런 것까지 내가 그린 거야? 이런 일이 있었지! 어떻게 이런 많은 이야기를 책에 담은 거지?!’ 『내 어머니 이야기』는 내 손을 떠난 게 분명하다. 나도 독자가 되어 책을 읽는 느낌이다. (...) 『내 어머니 이야기』가 많이 읽혀서 한국 근현대 여성과 남성의 삶, 남과 북의 삶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좋겠다. 또 세계로 뻗어나가 근현대 한국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내 어머니 이야기』가 세상 속으로 훨훨 돌아다니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