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김승옥문학상을 문학동네에서 주관한다. 등단 10년 이상의 작가들이 1년간 발표한 단편소설 가운데 작가 정보를 지운 블라인드 심사로 가장 뛰어난 7편을 뽑고 그중 대상작 1편과 우수상 6편을 선정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2019년 올해 김승옥문학상 수상 작가는 윤성희, 권여선, 편혜영, 조해진, 황정은, 최은미, 김금희다.
수상자 모두 독자적인 소설세계의 일가를 이룬 한국문학의 기둥이자 중심에 선 작가들이다. 이 빛나는 리스트에서 "모든 작가들이 자신만큼 잘해냈지만 윤성희는 윤성희보다 더 잘해냈"(신형철)기에 윤성희 작가에게 대상이 주어졌고, 편혜영, 조해진, 황정은, 최은미, 김금희 작가는 젊은작가상 수상자에서 김승옥문학상으로 이름을 옮겨놓으며 몸소 한국문학의 미래가 되었음을 증명하였다.
대상 수상작 윤성희의 '어느 밤'은 한 노년 여성이 한밤중에 사고를 당해 낯선 곳에 쓰러져 있다가 구조되기까지의 어느 밤을 담은 이야기이자, 그의 일대기를 단 하루의 밤에 켜켜이 녹여 "짧은 이야기 안에 여성서사의 숱한 의제들이 곳곳에서 빛을 내"(신형철)는 은하수 같은 작품이다.
: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결정적인 ‘그날 밤’으로 만드는 바로 그 ‘어느 밤’에 대한 재현. 윤성희는 어머니에서 딸로, 다시 그 딸에서 딸로 이어지는 여성의 시간을 단 하나의 순간, ‘어느 밤’의 결정적 찰나로 제시함으로써 지리멸렬한 일상 속에 반짝이고 있는 사금파리 같은 삶의 비의를 건져올리는 데 성공한다. _ 윤성희, 「어느 밤」
: 방금 그 속에서 꺼낸 듯한 언어로 인물의 생각에 착 달라붙어 소설의 표면을 마름질해버리는 이런 대목쯤에 오면, 작가의 이름을 가리고 읽더라도 누군가는 ‘권여선’이라는 작가명을 ‘불안’하게 떠올리게 될 수도 있다. (…) 정말 어지간한 소설이다. _ 권여선, 「하늘 높이 아름답게」
: 편혜영의 소설은 의문부호 모양의 열쇠를 닮았다. 정교하고 섬세하게 세공된 열쇠. 필요불가결한 단문들로 이루어진 서사를 좇아 맨 끝에 다다른 뒤에야 독자는 눈을 껌뻑이다 이내 탄식하게 된다. (…) 편혜영을 읽는 일은 ‘비밀과 어둠과 암호 들’로 빽빽한 숲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물음표 열쇠를 손에 꼭 쥔 채. _ 편혜영, 「어쩌면 스무 번」
: 단편 「파묘」는 근래에 보기 드문 고전적 문체와 구성을 갖춘 빼어난 작품이다. (…) 오늘날 우리의 많은 단편소설들이 그 주제의 간단한 요약을 지난하게 할 정도로 자유롭고 열린 구조를 보여준다면, 「파묘」는 대체로 제한된 시공간의 틀 속에서 하나의 일관된 행동을 서술하는 닫힌 구조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오히려 새롭다. _ 황정은, 「파묘」
: 이 커다란 정밀함에 어떤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까? 가이아의 태엽시계? 경천동지초극세사불협파신공? 단편이라는 링 어디에도 잠시 숨 돌릴 코너는 허락되지 않는다. (…) 내게 2019년 여름은 「운내」를 읽은 시간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한번 더 펼쳐 들고 싶지는 않다. 피가 모자랄 것 같다, 세 번이나 읽어내기엔. _ 최은미, 「운내」
: 이상한 사람을 만나고, 이상하지만 이상해서 끌리는데, 그게 꼭 연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로 인해 내가 달라지고야 마는 이야기. 김금희의 서명과도 같은 플롯이 작동을 시작한다. (…) ‘같음’은 제 안의 ‘다름’을 인지할 때만 더 깊고 넓은 ‘닮음’에 이를 수 있음을 이 소설은 안다. 김금희는 ‘연애’와 ‘연대’가 교차되는 지점에 가장 속깊게 서 있는 작가다. _ 김금희, 「마지막 이기성」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레고로 만든 집』, 『거기, 당신?』, 『감기』, 『웃는 동안』, 『베개를 베다』, 『날마다 만우절』, 장편소설 『구경꾼들』, 『상냥한 사람』, 중편소설 『첫 문장』 등이 있으며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한국일보문학상, 김승옥문학상,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복자에게』, 중편소설 『나의 사랑, 매기』, 연작소설 『크리스마스 타일』, 짧은 소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 『식물적 낙관』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현대문학상, 우현예술상, 김승옥문학상 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