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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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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미, 최은영, 김봉곤, 박상영 등 현재 한국문학의 중요한 흐름을 만들어가는 작가들의 첫 소설집을 선보여온 문학동네가 올해 또 한 명의 독특한 목소리를 가진 신예 작가를 소개한다. 201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전에도 봐놓고 그래」가 당선되면서 소설가로서 첫 출발을 알린 최정나 작가다.
『말 좀 끊지 말아줄래?』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은 책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인물들의 ‘말’로 넘실댄다. 말맛이 느껴지는 탄력적인 대화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그 대화는 자꾸만 엉뚱한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우리는 보통 친교를 목적으로, 혹은 정보를 나누기 위해 대화를 주고받지만, 최정나 소설의 인물들은 대화를 주고받는다고 해서 서로를 더 이해하거나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거나 하지 않는다. 소설집의 맨 처음에 자리한 「말 좀 끊지 말아줄래?」에서 장례식장을 찾은 ‘이씨’와 ‘우씨’는 고인과 친구 ‘조씨’가 정확히 무슨 사이인지도 모른 채 “네가 고생이 많구나”라는 의례적인 위로를 전한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는 것도 잠시, 곧이어 침을 튀겨가며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 옆 테이블 남자의 말이 그 침묵을 덮어버린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아무 말 대잔치’가 이어진다. 말 좀 끊지 말아줄래?
: 우울증에 시달리던 화가 에드워드 호퍼가 보드빌을 쓴다면 아마도 최정나의 소설처럼 되지 않을까? 웃을 수도 없고 웃지 않을 수도 없는 지극히 현대적인 적막의 풍경. 먹고 자고 싸고 외로운 대화를 나누고 또 둘러앉아 연기를 피우며 고기를 먹는 인간들로 이루어진 인생극장. 감정이입이나 의미의 승화가 불가능한 가면극의 쓸쓸함. 최정나의 소설을 읽은 뒤라면, 우리는 소설이 허구를 통해 진실을 보여준다는 상식적인 역설에서 더 나아가게 된다. 현실의 허구성과 가상성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소설이라고 말이다. : 낯선 작가 최정나의 「한밤의 손님들」은 나를 놀라게 했고 그의 등단작까지 찾아 읽게 만들었다. 등단작인 「전에도 봐놓고 그래」에서부터 인상적인 것은 동물처럼 꿈틀거리는 문장이다. 내면 서술은 생략하고 거의 대화의 힘으로 끌고 가는 유형인데도 연극적 양식미를 빚어내고 있었다. 「한밤의 손님들」에서도 일단 그 장점이 여전하고, 거기에 더해, 현실과상상 혹은 주체와 타자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체적인(fluid) 상상력이 추가됐다.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렇게 과감하고 능숙하게 밀고 나가는 모습은 인상적인데다가, 그 기교가 기교로만 그치지 않고 친밀성 내부의 괴물성을 실감나게 드러내는 데까지 이르고 있어서, 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됐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9년 5월 31일자 - 한국일보 2019년 5월 30일자 '새책' - 동아일보 2019년 6월 1일자 '새로 나왔어요' - 문화일보 2019년 6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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