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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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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긍정의 자세와 깊이 있는 시선으로 인생의 비의를 길어올리는 소설가 정한아의 세번째 장편소설. <달의 바다>, <리틀 시카고>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장편이다. 한 소설가가 자신의 소설을 훔친 비밀스러운 인물의 행적을 추적해나가는 이 유려한 미스터리는 때로는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쟁취하기 위해, 때로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거침없이 삶을 뒤엎는 한 인물의 일생을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겹쳐가며 복원해낸다.
칠 년 동안이나 소설을 쓰지 못한 소설가 '나'는 어느 날 신문에서 흥미로운 광고를 발견한다. '이 책을 쓴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신문 전면에 어떤 소설의 일부가 실려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소설을 읽어내려가던 '나'는 충격에 빠진다. 그 소설은 '나'가 데뷔하기 전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문예공모에 제출했던 작품으로, 공모전에서 낙선한 뒤로 까맣게 잊고 지내온 터였다. 신문사에 더이상 광고를 싣지 말라고 연락하자, 뜻밖의 인물이 '나'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온다. 육 개월 전 실종된 남편을 찾고 있다는 여자, '진'이었다. 놀랍게도 '진'은 그녀의 남편이 광고 속의 소설을 쓴 작가로 행세했다고 말한다. 남편의 거짓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1. 난파선 _007 ![]() : 다시 태어나지 않고도 또 한번의 삶을 살 수 있다면 나는 조용히 기울어가는 대신 한 번쯤 이 생을 던져보고 싶을까. 그 끝이 절망이더라도, 나락이더라도, 기꺼이. 그러나 아름답게. 어차피 진짜 생 같은 것은 없으므로.
이야기는 거침없이 흐른다. 잠시 멈추어 숨을 가눌 사이도 없이. 하나의 인생은 또하나의 인생으로 대체되고 거짓은 더 깊은 거짓으로 대체되다가 마침내 진실이 된다. 모든 거짓의 총합, 그것이야말로 진짜 삶인가? “그것은 인생의 마지막에서야 밝혀질 대목이다. 모든 걸 다 잃어버린 후, 폐허가 된 길목에서.” 이야기의 변신만큼이나 작가의 변신도 놀랍다. 이야기를 베어내는 칼날은 작가 자신에게도 향해 있는 듯 보인다. 머뭇거리지 않고, 작가는 그렇게 이야기 속으로 뛰어들어 날렵하기 짝이 없는, 또다른 이야기의 몸이 된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7년 10월 19일자 - 동아일보 2017년 10월 21일자 '책의 향기/밑줄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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