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매장

미리보기
  • 최저가 : 6,500원 I 최고가 : 6,500원
  • 재고 : 1부 I 도서 위치 : A09 [위에서부터 1번째칸]
  • - 쇼핑목록에 추가하신 후 목록을 출력하시면 매장에서 간편하게 상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종로점] 서가 단면도
(1)

'걸어본다'라는 소박하지만 또렷한 목적 아래 매일같이 예술로 사는 작가들의 매일 같은 발걸음을 좇아보자 하는 의도로 기획된 '걸어본다' 시리즈 첫번째 책. 문학평론가 이광호가 현재 그의 생활의 터전이기도 한 '용산구'를 테마로 걷고 보고 쓰면서 발끝으로 관통해낸 이야기로, '용산에서의 독백'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용산구'를 크게 서쪽과 동쪽과 남쪽으로 나누어 각각에 위치한 동네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식이다. 1부는 '오래된 망각'이라는 제목 아래 삼각지, 효창공원, 청파동, 용산전자상가, 용산역, 서부이촌동을, 2부는 '나누어진 인공낙원'이라는 제목 아래 삼각지 화랑거리, 전쟁기념관, 녹사평역, 해방촌, 이태원, 후커 힐, 남산을 다룬다.

마지막 3부는 '침묵의 상속자들'이라는 제목 아래 한남동, 동부이촌동, 국립중앙박물관, 남일당 터를 다루고 있다. 각 부를 여는 앞 장마다 각 부별로 전개되는 산책 코스를 담은 지도 또한 빼먹지 않았다.

: 서울서 25년간 발 딛고 살 때 나는 지층의 울림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아니 무관심했다고 하는 편이 정직하다. 한 문학평론가의 ‘용산에서의 독백’을 읽고 그것을 깨달았다. 역사는 삶의 시각을 확대시킨다. 13세기 고려 말 몽고군이 병참기지로 활용했다는 용산 동쪽들판을 떠올리니 역사의 잔뿌리에 달려 있는 개인의 삶들이 보다 더 애잔하게 다가왔다. 근세사의 고독이 묻혀 있는 용산에서 시간의 지층을 고고학자처럼 파내려가는 이 산책자가 쏟아내는 삶의 잠언들은 불편하지만, 진실이기에 아름답다. “풍경은 풍경 너머로 나아가는 혼자만의 시선 때문에 자기 안의 상처처럼 박힌다.” “우연들의 의미를 찾아낸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삶은 피할 수 없이 잔혹해 보인다.” “도시가 내 영혼의 텅 빈 공간으로 느껴질 때 이 거리는 내게 자기 처벌의 장소가 되었다.” 산책자를 뒤따라 ‘거대한 가상 무대와 같은’ 용산을 따라가면 혼란스러운 스타일의 드래곤 힐 스파, 흐린 오후 이태원의 이슬람 사원 앞 전화 부스에서 전화를 걸고 있는 아랍 청년의 깊고 불안한 두 눈, 철거민 다섯 명과 경찰 한 명이 숨진 옛 금은방 남일당 터의 주차장을 만난다. 용산은 바로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이며 산책자가 그린 이 의식의 세밀화는 부박한 시대에 바치는 ‘진정성’이라는 선물과도 같다. ‘강물에 던져진 돌이 스스로 가라앉는 시간을 음미하는 것’ 같은.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4년 6월 8일자
 - 중앙일보 2014년 6월 7일자 '책 속으로'

수상 :2007년 팔봉비평문학상
최근작 :<작별의 리듬>,<장소의 연인들>,<#젠더_시> … 총 35종 (모두보기)
소개 :문학과 예술에 관한 비평과 에세이를 쓰며, 책 만드는 일을 한다. 횡단하는 시간과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익명의 사랑』 등의 비평집과 『시선의 문학사』 등의 문학 연구서, 너는 『우연한 고양이』 『장소의 연인들』 등의 에세이가 있다.

이광호 (지은이)의 말
이 책은 용산이라는 장소의 특정성에 글쓰는 산책자인 ‘나’라는 익명의 실존이 돌아다닌 흔적이다. 목적 없는 산책은 이 도시의 공간과 리듬에 대한 저항이며 동시에 탐미이다. 이야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무심한 걸음걸이의 동선, 장소와 이미지 들의 우연한 대면만이 있다. 장소에 대한 정보들은 ‘너’라는 부재를 향한 일인칭의 독백, 장소를 둘러싼 감각의 파편들과 어색하게 동거하게 되었다. 전달해야 할 정보들과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는 침묵의 언어 사이의 감당할 수 없는 흔들림 때문에 이렇게 이상한 독백이 생겨났다. 이런 얼굴 없는 글쓰기를 ‘익명적인 에세이’라고 부르려 했다.

왜 하필 ‘용산’이어야 했나? 나날의 삶을 통해 잘 알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겠지만, 용산이라는 모더니티의 참혹함과 혼종성에 이끌렸을 것이다. 용산의 순결할 수 없는 시간과 장소 들은 사회적인 시간과 신체의 감각이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먼 과거의 것들을 보존하려는 당위와 노력에 비해 가까운 과거인 근대의 기억들은 잊으려 한다는 것이다. ‘민족 이야기’에 대한 동경과 ‘식민지 근대’에 대한 불편함이 이런 자발적인 망각을 낳게 했을 것이나, 서울 중심부의 거대한 땅에 아직도 외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는 엄연한 사실은 그 망각의 이유가 동시대적인 요인을 갖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용산은 애써 지우고 싶은 식민과 이식의 역사와 모욕과 단절의 시간이 폭력적인 개발을 호출하는 기이한 장소이다. 불균등한 시간들이 어지럽게 교차하면서 일상적 우울과 권태와 뒤섞일 때, 용산의 ‘과도한 산문성’이 만들어진다. ‘비동시성의 동시성’을 구성하는 여러 겹의 ‘식민의 시간’이 여전히 현재의 삶을 규정하고 있다면, 참담하고 역동적인 모더니티의 장소로서의 용산은 다시 성찰의 대상이 될 만하다.

(……)

원고를 정리하는 중에 너무 많은 생명들이 어처구니없는 참사를 당했다. 용산과 세월호 사이의 서로를 마주보는 비극의 연대기와 ‘국가’의 참혹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만 했다. 무력감과 죄의식은 오래고 익숙한 것이나, 한 시대의 애도는 한 개인의 애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어떤 글쓰기는 피할 수 없이 애도의 제의가 될 수밖에 없다. 예정된 망각과 마비와 자기기만으로부터 끈질긴 애도를 지키는 것은 문학적인 동시에 정치적인 기다림의 문제이다.

이 글쓰기가 문학 제도와 지식 영역의 관습과 경계에 미세한 균열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비애의 상투성에 저항하고 그것의 단독성과 개별성을 보존하는 것을 문학적 글쓰기라고 생각해왔다. 글쓰기는 삶의 기록이 아니라, 삶의 외부를 향하는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긴장과 침묵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곳곳에 부끄럽게 산재해 있을 끈질긴 자기 연민 때문에 오래 참담할 것이다.
호명하는 것조차 미안한, 가깝고 먼 곳의 이름들에게, 염치없는 고마움을 전한다. 안부를 물을 수 없는 세계에 속한 ‘당신들’에게 이 책으로 내 남루한 안부를 대신한다.

난다   
최근작 :<11시 14분>,<줍는 순간>,<재능이란 뭘까?>등 총 184종
대표분야 :에세이 13위 (브랜드 지수 533,959점), 한국시 19위 (브랜드 지수 57,373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24위 (브랜드 지수 111,486점)